“방송 못하고 벽만 보다 떠난 내 동기 김소영 아나운서”…이재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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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22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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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페이스북 영상 캡처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페이스북 영상 캡처
이재은 MBC 아나운서가 최근 퇴사한 동기 김소영 전 아나운서를 언급하면 눈물을 흘렸다.

22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MBC 아나운서 방송 및 업무 거부 기자회견에서 이재은 아나운서는 김소영 전 아나운서가 갑자기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재은 아나운서는 "저의 동기는 누구보다 실력 있고 유능한 아나운서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뉴스투데이'에서 갑자기 하차하게 된 이후로 무려 10개월 동안 방송을 할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배제당했고 결국 떠밀리듯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이렇게 11명의 선배들이 그토록 사랑하던 회사를 쫓기듯 떠나고, 11명의 선배들이 마이크를 빼앗기고, 마지막으로 내 하나뿐인 동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슬픔을 넘어 자괴감과 무력감, 패배감 때문에 괴로웠다"며 "나뿐 아니라 남아있는 아나운서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우리가 돌아갈 자리를 열심히 지키면 된다는 선배님 말씀대로 자리를 지키고 실력을 키우고 회사가 나아지길 기다리면 될 거라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5년이 지나도 전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무실 빈자리는 더 많아졌고 상처는 깊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뉴스를 진행하는 동료 아나운서들은 늘 불안했고 마음 졸였다. 오늘 큐시트에는 어떤 뉴스가 있을까 두려웠다. 확신을 가지고 사실을 정해야 하는데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는 뉴스, 수정하고 싶어도 수정할 수 없는 앵커 멘트를 읽어야 했다.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뉴스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들은 뉴스에 들어가게 될까봐 두렵고 무서웠다. MBC 뉴스를 하는게 자랑이고 명예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멍에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섭외가 들어오는데도 방송하지 못하고 벽만 보고 있다 떠나야 했던 내 동기 김소영 아나운서"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그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두려웠다. 다음은 나일까, 아니면 내 옆자리에 있는 선배님일까. 정당하게 할 수 있는 말들도, 사소한 의견 개진도, 건전한 비판도 할 수 없었다.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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