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뒤숭숭한 이란…필사적인 우즈벡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7일 05시 45분


이란 쇼자에이(왼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란 쇼자에이(왼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란, 대표팀 제명 정치권 입김 일파만파
2위 역전 노리는 우즈벡, 조기소집 승부수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 최대 변수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축구는 운명의 2연전을 앞두고 있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마지막 시리즈다.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홈 9차전을 갖고, 9월 5일(한국시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10차전을 펼친다.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월드컵 자력진출을 위해선 무조건 2경기 전부 이겨야 한다. 우리 자신의 철두철미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상황도 알아야 하는 법. 이란, 우즈베키스탄의 행보 또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상대국들의 기류는 사뭇 다르다.

최종예선 8경기에서 6승2무(승점 20)의 전적으로 조 1위를 확정, 일찌감치 러시아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쥔 이란은 뒤숭숭하다. 국가대표 핵심 선수 2명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탓이다.

파니오니오스(그리스)에 속한 이란대표팀 주장 마수드 쇼자에이와 에흐산 하지사피가 최근 마카비 텔아비브(이스라엘)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예선 홈경기에 출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오랜 앙숙으로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자국민의 여행도 차단됐다. 어떠한 종목이든 스포츠 경기도 금지다. 쇼자에이와 하지 사피는 팀 선수단의 일원으로 홈경기를 뛰었다. 적국 방문이 아니라 별 문제가 없을 듯 했지만 이란 정부가 발끈했다. “대표팀에서 2명을 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파장이 커졌다. 정치·종교를 포함한 일체의 외부간섭을 싫어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이란축구협회에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이란 측은 “2명 모두가 대표팀 소속”이라는 답신을 보냈지만 무슬림 입김이 강한 정치권의 결정을 축구협회에서 뒤집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국제 축구계는 이란이 월드컵 출전권 박탈 등의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2015년 10월 쿠웨이트도 자국 정부가 축구협회 등 스포츠단체들에게 과도하게 간섭한다는 이유로 FIFA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몰수 패(0-3) 조치를 당했다.

한국 원정을 앞두고 이란축구협회는 딜레마에 빠졌다. 현 시점에서 쇼자에이, 하지사피가 없는 이란대표팀은 상상할 수 없는데,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 한다. 양분된 국민 정서까지 고려해야 한다. 선뜻 뽑을 수도, FIFA 차원의 징계를 생각하면 안 뽑을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이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반면 우즈베키스탄은 계획대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4승4패(승점 12)로 3위에 랭크, 2위 한국(승점 13)을 바짝 추격 중이다. 한국-이란전과 같은 시간대 중국 우한에서 펼쳐질 중국 원정경기를 이기고, 한국과의 마지막 홈 대결에서 잘 버티면 2위 역전이 가능하다. 필사적인 준비를 하는 배경이다.

우즈베키스탄도 조기소집을 택했다. 우리보다 이틀 빠른 8월 19일 대표팀 풀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가까운 터키로 단기 전지훈련을 떠난다. 또 우한 이동에 앞서 8월 25일 인접국 키르기즈스탄과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대표팀 신태용(47) 감독은 “이란이 뒤숭숭해지면 분명 우리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경기 외적인 요소들은 굳이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 이란이 월드컵 본선을 확정지었고, 우즈베키스탄이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다는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결국 남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준비가 최우선이라는 얘기다. 다만 좀더 철저한 지원을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우즈베키스탄-키르기즈스탄전, 중국-우즈베키스탄전 현장에 분석요원을 파견할 계획이다. 꾸준히 신 감독을 보좌한 전경준(44) 코치가 출장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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