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율 수백%… 10대들의 위험한 돈거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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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 ‘깊박’ 중고사이트 통해 성행

“쇼박 팝니다. 10>16. 기간은 열흘입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장모 씨(34)는 지난달 말 온라인 카페에 이런 글을 올렸다. 10만 원을 빌려주면 열흘 뒤에 16만 원으로 갚겠다는 의미. 장 씨는 글을 보고 연락해 온 누리꾼과 흥정해 12만5000원을 상환하는 조건에 10만 원을 빌렸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종 고리대인 ‘쇼박’과 ‘깊박’이 성행하고 있다. ‘쇼핑몰 박스’의 줄임말인 쇼박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고금리 대출. 깊박은 ‘기프티콘(모바일 선물쿠폰) 박스’를 줄인 말로, 돈을 빌린 뒤 50∼100% 이자를 붙여 기프티콘으로 갚는다. 중고품 거래 사이트와 10, 20대 커뮤니티엔 쇼박, 깊박을 판다는 글이 하루 10∼20건 이상 올라온다.

이 거래들은 대부분 현행법상 대부업체(27.9%)와 개인 간 거래(25%)의 최고 금리를 넘어선다. 그래서 불법이다. 하지만 대부업체의 문턱을 넘기도 어려운 저신용자들은 온라인으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쇼박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장 씨가 시도한 10>16 거래는 연이율이 2190%, 실제 이뤄진 거래도 912.5%에 이른다. 장 씨는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 생활비 용도로 쇼박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은 쇼박으로 돈을 빌린 뒤 상환 날짜가 다가오면 다시 카페에 글을 올려 ‘돌려 막기’를 한다.

쇼박을 팔아본 이들은 여윳돈이 생기면 ‘쇼박 구매자(돈을 빌려주는 사람)’가 되기도 한다. 직장인 서모 씨(34)는 “쇼박으로 돈을 빌리다가 여윳돈 50만 원이 생겨서 높은 이율로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미등록) 사채업자가 개인을 빙자해 쇼박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깊박은 10대 청소년과 20대 대학생 등을 중심으로 거래된다. 용돈이 부족한 학생들이 돈을 빌린 뒤 부모 명의의 휴대전화 소액결제와 신용카드로 기프티콘을 구입해 돈을 갚는 방식이다.

쇼박 깊박 거래가 급증하면서 관련 사기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높은 금리로 피해자들을 유혹하거나 수차례의 소액 거래를 통해 신뢰를 쌓은 뒤 큰 금액을 빌려 잠적하는 식이다. 20대 여대생 A 씨는 “최근 나를 포함한 13명이 깊박을 판다는 한 누리꾼에게 53만6000원을 떼였다. 60여 명이 1000만 원 넘게 사기당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쇼박 깊박을 통해 손쉽게 돈을 빌리는 습관이 형성된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장기적으로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채무자들은 원금과 27.9% 이자율을 넘어선 대출액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갚을 의무가 없다”며 “쇼박을 통해 급전을 빌려야 하는 극빈층에 대해서는 개인회생 제도와 복지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박종관 인턴기자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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