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편 가르기 증세’가 稅收부족 메우는 도깨비 방망이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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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일 내놓은 세법개정안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 소득 재분배 등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고소득자와 대기업에서 걷겠다는 것이다. 연간 과세표준 3억 원에서 5억 원인 고소득층의 세율을 기존 38%에서 40%로 올리고, 과표 5억 원이 넘으면 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리기로 했다. 과표 2000억 원 이상인 기업의 법인세율은 22%에서 25%로 올라간다. 정부는 이렇게 해서 내년 6조27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 일자리 지원 등에 쓰고 난 뒤 세수 증대 효과는 5조5000억 원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올해 세법개정안에 법인세, 소득세 증세 방안은 담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입김에 밀려 불과 한 달여 만에 이 발언을 뒤집은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 ‘걷기 쉬운’ 세수 확보 방안만을 택한 것도 문제가 있다.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자와 대기업, 서민과 중소기업으로 편 가르기 한 것 아닌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 ‘핀셋 증세’ ‘표적 증세’라는 평가를 넘어 ‘포퓰리즘 증세’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이유다. 세법개정안에 경유세 인상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국민적 반발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물론 여유 있는 고소득층이 세금을 더 낼 수 있다. 하지만 ‘핀셋 증세’를 앞세우기 전에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의 기본 원칙을 생각했어야 한다. 2015년 근로소득세 납세대상자 1733만 명 가운데 46.8%인 810만 명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지만, 국민개세(國民皆稅) 원칙에 근거해 이 비율을 줄이겠다는 내용은 세법개정안에 없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근소세 면세자 비중을 10%포인트 줄이면 세수 1조2000억 원이 추가로 들어온다.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밝힌 연평균 추가 필요 세수는 15조5000억 원이다. 걷기 쉬운 세금 5조5000억 원으로 충당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손쉬운 징세 수단을 찾기에 앞서 예산절감과 공공부문 효율화, 탈루 세원 확충 등 자구 노력을 벌여야 한다. 정부가 재원이 더 필요하게 될 때 어떤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지 궁금하다.
#핀셋 증세#세법개정안#일자리 창출#소득 재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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