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이 기억하는 호주·뉴질랜드…“슛이 잘 들어가 접전…안 그랬으면 박살 났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3일 05시 45분


농구대표팀 허재 감독. 사진제공|대한농구협회
농구대표팀 허재 감독. 사진제공|대한농구협회
아시안컵 앞두고 강호들과 명승부 회상
1994년 세계선수권 호주와 2점차 접전
“마지막 공격 때 내가 슛을 못 넣어 졌지
뉴질랜드? 경기 전 전통춤 춰 깜짝 놀라”


허재(52)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남자농구대표팀은 8월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안컵’ 대회에 출전한다. 그 동안 아시아 남자농구 판도는 중국(세계랭킹 14위)과 이란(25위)이 최강을 겨루고 필리핀(27위), 요르단(28위), 한국(30위), 레바논(43위), 일본(48위) 등이 뒤를 쫓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큰 변화가 생겼다. FIBA가 오세아니아 그룹으로 분류됐던 호주와 뉴질랜드를 아시아 그룹으로 편입시키면서 판도가 확 바뀌었다. 호주는 세계랭킹 10위의 강호다. 유럽의 농구 강국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팀이다.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다. 뉴질랜드(20위) 역시 중국, 이란 정도만이 견제가 가능한 수준이다.

● 한국농구, 호주와 접전 경험 있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에게 호주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높이는 물론이고 기술에서도 수준 차이가 크다. 한국은 2014년 8월 31일(한국시간) 스페인 그란카나리아에서 열린 ‘2014 농구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호주에 55-89로 대패했다.

별명 ‘농구대통령’처럼 한국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허재 감독은 선수시절 두 차례 호주와 만난 경험이 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조별예선에서 88-111로 크게 패했지만 199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현 농구월드컵)에서는 85-87로 2점차 접전을 벌였다.

농구팬 사이에서는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전설의 경기다. 허 감독은 이 경기에서 20점·7리바운드·7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호주를 괴롭혔다. 그는 “슛이 잘 들어가서 접전을 했다. 수비를 몰아놓고 빼주는 패스를 문경은(SK감독) 감독이 많이 넣었다”고 기억했다.

당시 문 감독은 3점슛으로만 24점(3점슛 8개)을 넣었다. 허 감독은 “막판에 동점 내지 역전을 할 수도 있는 흐름이었는데, 마지막 공격에서 내가 슛을 못 넣는 바람에 졌다”고 했다. 당시의 호주는 대회 5위에 올랐을 정도로 지금보다 더 강력한 전력을 자랑했다.

지난 2014년 호주와 농구월드컵 맞대결 당시. 사진제공|FIBA
지난 2014년 호주와 농구월드컵 맞대결 당시. 사진제공|FIBA

● 농구대통령도 버거웠던 세계농구의 벽

한국은 16개 팀 중 13위에 머물렀지만 허 감독은 1994년 세계선수권에서 8경기 평균 19.4점(대회 5위)·3.9리바운드·4.5어시스트(3위)·2.0스틸(1위)을 기록했다. 이 대회를 통해 밴쿠버 그리즐리스(현 멤피스) 등 미국프로농구(NBA) 팀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허 감독은 “기록은 좋아 보일 수 있겠지만 힘들었다. 공격하려고 하면 너무 커서 앞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 와중에 할 수 있는 걸 한 것뿐이다. 호주랑 접전을 했지만, 다음 상대들에게는 박살이 났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뉴질랜드와의 경기도 기억을 되살렸다. “뉴질랜드와는 언제 경기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 경기 전에 전통춤(하카)을 춰서 놀랐었다. 그 때도 박살났었다. 몸싸움을 거칠게 했던 팀이었다”고 했다.

뉴질랜드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같은 C조에 속한 상대로 12일 격돌한다. 허 감독은 “1990년대에는 호주나 유럽 강팀들이 높이의 우세를 활용해 골밑에서 확률 높은 농구를 했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210cm가 넘는 선수들도 밖으로 나와서 슛을 던진다. 기술까지 다양해졌다. 슛이랑 기술도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높이, 기술이 다 밀리니까 대응할 방법이 없다. 아시아 팀들이라도 잡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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