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나쁜놈 전성시대②] ‘덜 나쁜 놈들’, 부조리한 현실 드러내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31일 06시 57분


SBS ‘귓속말’ 신영주-기다려라. 가만 있어라. 그 말을 들었던 아이들은 아직도 하늘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왼쪽) 영화 ‘내부자들’ 대중은 어차피 개·돼지입니다.(오른쪽) 사진제공|SBS·내부자들문전사
SBS ‘귓속말’ 신영주-기다려라. 가만 있어라. 그 말을 들었던 아이들은 아직도 하늘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왼쪽) 영화 ‘내부자들’ 대중은 어차피 개·돼지입니다.(오른쪽) 사진제공|SBS·내부자들문전사
‘덜 나쁜 놈들’은 그 자체로 부조리한 현실을 드러내는 매개체다. 물론 표현방식은 각기 다르다.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대사로 현실을 비추기도 하고, 은유의 화법으로 기시감을 주기도 한다. 때론 극단적인 설정으로 관심을 극대화한다.

직접적인 ‘대사’

방송 2회 만에 주옥 같은 명대사로 시선을 모은 SBS ‘귓속말’. 요즘처럼 어지럽고 답답한 시국에 시원한 ‘사이다’를 넘어 통쾌한 ‘핵주먹’을 한방 날린다. 대사가 겨냥한 듯한 실제 인물과 상황이 연상되는 건 자동반사. “좀 쎈대?”라고 할 정도로 당사자를 뜨끔하게 만든다. “기다려라. 가만 있어라. 그 말을 들었던 아이들은 아직도 하늘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 “입시부정에 가담한 교수가 있다. 그 덕에 학과장이 됐다. 처음에 가담했던 사람이 또 공모를 하고, 주도를 한다”는 대사를 통해 실제 사건을 노골적으로 빗댄다.

영화 ‘내부자들’의 명대사는 신문사 논설주간 역을 맡은 백윤식의 입에서 나온다. “대중은 어차피 개, 돼지입니다”라는 말. 관객을 자극한 이 대사는 지난해 한 교육부 기획관의 입에서 실제 되풀이돼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그래서 ‘덜 나쁜 놈’ 이병헌은 이렇게 묻는다.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한가?”

● 현실인 듯, ‘기시감’

‘더 킹’이 개봉한 1월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셌다. 검사로 출발해 승승장구한 권력자인 그의 모습이 영화 주인공 정우성과 비슷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영화가 그린 사법권력의 비루한 민낯은 그간 검찰이 주도하거나 연루된 사건 및 특정인을 떠올리게 하는 기시감으로 530만명의 선택이 이어졌다.

KBS 2TV ‘김과장’ 역시 최근 정국과 세태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극중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TQ그룹의 실세 ‘도어락 3인방’은 얼핏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을 떠올리게 한다. 또 재무이사 서율 역의 준호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모티브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 극단적인 ‘설정’

부조리한 세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품도 있다. 5월 방송 예정인 MBC ‘파수꾼’은 범죄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평범한 일상이 산산조각 난 사람들이 모여 정의를 실현한다는 이야기. 경찰과 검찰, 법으로는 절대 범인을 잡지 못한다는 큰 테두리 속에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을 그릴 예정이다. 조직의 안위를 위해,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사는 ‘법비’들에게 “한 방 먹이겠다”고 제작진은 기획의도를 밝혔다. 최대치의 상상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함을 극대화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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