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잔향]책팀 회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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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던 한 출판사 직원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가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니 나도 그렇구나, 슬며시 공감하면서 한편으로 걱정이 일었다.

몇 년 전 회사 근처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 회의 자료 수집을 위해 참석했다가 도저히 끝까지 듣고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사람들 눈총을 무릅쓰고 도중에 빠져나온 적이 있다. 출입구가 강단 바로 옆 하나뿐이어서 방해를 끼쳤다.

젊을 때는 누구나 고된 시련을 당연히 감내해야 한다는 식으로 단언한 책 제목이 불편했거니와, 그 내용을 조목조목 자신감 가득한 말과 세련된 몸짓으로 전하는 저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함께 올라타고 싶지 않았다.

사재기 논란이 이따금 불거지지만 베스트셀러 목록은 일정 시기 다수 독자가 선호하는 글의 경향을 보여주는 자료다. 개인의 취향과 경험에 의지한 판단이 그 목록 상위권의 책에 호의적이지 않을 때 기자로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혹시 비슷한 상황이 내내 이어진다면…? 그런 걱정이었다. 중뿔나게 뭘 안다고 베스트셀러 작품에 반감을 들이미는 걸까 싶기도 하다.

책팀 회의를 하면서 가장 즐거울 때는 누군가 자신이 들고 온 책을 적극 추천할 때다. 추천의 까닭이 작가가 유명해서이거나 주제가 요즘 관심을 모으는 이슈여서가 아닐 때 특히 즐겁다.

ⓒ오연경
책면에 소개하는 대상은 일부를 빼고는 어느 정도 기자 스스로 ‘좋다’는 의견을 낸 책이다. 베스트셀러 목록과는 상관없다. 그저 ‘이런 것도 있더라’며 슬쩍 권하는, 최대한 읽고 나서 생각한 바를 적어 건네는 글이다.

그때 강단에 서 있던 저자는 여전히, 인기 높은 작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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