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두드려도 쉽게 열리지 않는 ‘미국 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17일 06시 57분


박진영조차 이루지 못했던 美 진출 꿈
원더걸스, 빌보드 싱글 76위 이후 U턴
많은 가수들, 높은 벽만 실감하고 좌절

케이팝 가수들에게 미국시장의 문은 여전히 쉽게 열리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정상에까지 오르는 가수들이 많지만 미국에서는 단발성 성과에 그치고 있다.

케이팝이 해외에서 주목받은 후 작정하고 미국 진출에 나섰던 이는 박진영이다. 2004년 당시 연습생이던 민과 지소울을 미국에서 연습시키고, 2007년 JYP USA를 설립하며 현지 데뷔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국내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원더걸스와 함께 다시 미국시장에 나서 2009년 ‘노바디’로 빌보드 싱글차트(핫100) 76위에 진입했지만 이후 성과가 없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바통은 세븐과 보아가 이어받았다. 세븐은 2008 년 5월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데뷔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듬해 3월 첫 싱글 ‘걸스’를 냈지만 주목 받지 못했다. 보아도 같은 해 9월 미국 진출을 선언하고 이듬해 4월 데뷔 앨범 ‘보아’를 발표, 빌보드200 127위에 올랐다. 하지만 ‘한국 가수 최초의 빌보드 앨범 차트 진입’이란 기록으로 만족해야 했다.

높은 장벽을 실감했지만 이후에도 미국 도전은 이어졌다. 그러나 씨엘 이전까지 모두 결과적으로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걸그룹 라니아와 제이큐티, 티아라엔포(티아라 유닛), 남성그룹 아지아틱스, 유키스 등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미국 진출을 공개적으로 발표했지만 실제 데뷔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들은 엠파이어 레코드(라니아, 티아라엔포), 캐시머니 레코드(아지아틱스) 등 현지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지만 실제 음반을 내거나 활동을 하지는 못했다. 심지어 제이큐티는 2011년 5월, 레이디가가 음반을 제작한 멜빈 브라운과 미국 진출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이후 1년도 안돼 팀이 해체됐다. 미국 진출을 계획했던 가수들은 결과적으로 2∼3년간 국내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기회비용만 잃게 됐다. 아이돌 가수에게 그만큼 공백은 치명적이다.

씨엘은 미국 진출 선언 2년 만인 2016년 8월 데뷔 싱글 ‘리프티드’로 빌보드 핫100에 올랐다. 향후 시장에 안착해 미국 도전의 ‘흑역사’를 깰지 일회성 성과에 그쳐 한국 무대로 ‘귀향’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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