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길로 가야”…20, 30대 ‘촛불’과 60, 70대 ‘태극기’의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9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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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태극기 집회 참가자 대화‘태극기 집회’ 참가자인 조재수, 정재호 씨와 
경희대 미래사회통합연구센터 센터장 윤성이 교수, ‘촛불 집회’ 참가자인 김예령, 이가영 씨(왼쪽부터)가 4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만나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이후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촛불-태극기 집회 참가자 대화
‘태극기 집회’ 참가자인 조재수, 정재호 씨와 경희대 미래사회통합연구센터 센터장 윤성이 교수, ‘촛불 집회’ 참가자인 김예령, 이가영 씨(왼쪽부터)가 4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만나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이후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는 10일 있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으로 종지부를 찍을까.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갈라진 민심은 거리에서 한동안 표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지 않다. 동아일보는 헌재의 선고 이전 마지막 주말 집회를 가진 4일 양 집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4명을 한자리에 모아 탄핵 선고 이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대화가 극단적으로 흐를지 모른다는 걱정과는 달리 두 집회 참가자들은 나이는 큰 차이가 났지만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 조재수 씨(71, 15회 참석), 정재호 씨(68, 4회), ‘촛불 집회’ 참가자 이가영 씨(31, 10회), 김예령 씨(26, 10회) 모두 10일 이후부터는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경희대 미래사회통합연구센터 센터장 윤성이 교수가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언을 더했다.
● “최순실 국정농단은 박 대통령 잘못”

정재호(이하 정)=대통령이 최순실 같은 사람을 계속해서 가까이 두고 고영태 등이 한 일을 생각하면 정말 창피해 죽겠어요. 국가원수가 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기분 나쁘죠.

조재수(이하 조)=이런 사태의 빌미를 줬다는 건 박 대통령도 좀 잘못이에요. 젊은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너무 문제를 일으켰다는 게 문제죠.

이가영(이하 이)=지난해 9월 처음 국정농단 사태가 알려졌을 때부터 집회에 참가하기 시작했어요. 국민이 행동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 참가했죠.

김예령(이하 김)=“한번도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좀 회의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집회에 참가하는 것 밖에 없었어요.

이=만약에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 결정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야 하겠죠, 분명히. 다만 기각이 됐을 때는 국가 자존심의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집회를 하든, 투표를 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박 대통령을 반대하는) 표현을 할 거 같아요.

김=저도 인용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기각이 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계속 집회에 나가게 될 것 같아요. 그 다음에는 선거에서 투표하는 게 유일한 대응이겠지요. 정=국가 안위를 위해서 헌재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친구들과 대화를 해보면 ”검찰도, 국회도, 헌재도 엉망“이라고 얘기를 해요. ”이걸 고쳐야 나라가 제대로 된다“는 건데 그 상태서 벗어나지 않을 거 같아요.

조=태극기든 촛불이든 서로가 못 받아들이는 형태로 마무리를 짓는다면 문제에요.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충분하게 시간을 갖고 재판을 지속했다면 어느 쪽이든 승복을 할 텐데…. 헌재가 급하게 결정하는 느낌이 들지요.
● ”가족부터 서로 터놓고 대화해야“

정=우리 딸은 1977년생이고 열렬한 촛불집회 지지자에요. 처음에 가수 한영애 씨가 무대에서 노래할 때 참 멋있더라고. 그때는 문화제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후에는 대통령 형상을 갖다 놓고 얼굴을 발로 차고 누드화를 그려 놓던데, 충격이었어요. 또, 좌파 단체들이 ‘이석기 석방하라’, ‘재벌 구속, 사내 유보금 압수’ 이런 주장을 집회에서 해요. 여러분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건 아니다“라고 얘기를 해줘야 돼요. 이석기 석방하자는 데 뒤에 따라다니면 ‘이석기 석방’을 주장하는 데 이용당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김=저는 태극기 집회에 가보진 않았지만 제가 받은 인상은 좀 폭력적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실제로 기자 폭행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어요.

이=처음에는 태극기 집회를 이해 못했어요. 박 대통령의 죄가 분명하고 상식적으로 탄핵이 돼야 마땅한 상황인데 어떻게 반대를 할 수 있나, 의아했어요. 그래서 지난번에 태극기 집회 쪽에 가봤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나와 있었고 가족 단위의 제 또래들이 나와서 즐기고 계시더라고요.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시지만 알고 보면 이웃이고 친구고, 이런 사람들도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설 전에 자식들과 식사를 하는데 탄핵 이야기가 나오니까 더 이상 입 밖에 내지도 말라는 거예요. 불필요한 논쟁만 일어난다는 거죠. 아이들이 촛불집회에 계속 나갔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와 저는 ”그건 종북 세력들이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니까 애들이 ”엄마, 아빠, 내가 종북이야?“ 하는 거죠. 세대 간 굉장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데 반드시 서로 토론하면서 짚어봐야 할 사항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윤성이 센터장은 ”헌재의 결정이라도 나와 생각이 다르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면 사회의 다양성 자체를 인정 못하겠다는 이야기로 환원된다“며 ”헌재 결정이 내 생각과 다를 때는 목소리를 내겠지만 헌재 제도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는 합의점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언론이 차이점만 부각하고 있다“며 ”조정자 역할 을 할 수 있는 세력이 매우 약하다“고 지적했다. 윤 센터장은 ”양쪽의 목소리를 같이 듣고 조정할 수 있는 세력이 있다면 사회통합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성혜란 채널A 기자 sai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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