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장 “사드는 잘못된 선택…한국 더욱 위험에 빠뜨릴 것”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16시 44분


코멘트
“사드 배치를 중단하고 잘못된 길을 너무 멀리 가지 말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한미의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시작 이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드는 타국(중국과 러시아)에도 해를 끼치는 것이자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모는 행위”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와 관련해 예정된 것이었지만 사드 문제가 특히 관심을 끌었다. 왕 부장은 격앙된 표정을 노출을 자제하면서 절제된 외교적 언어를 사용했지만 방점은 ‘사드 반대’ 였다. “올해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 국민이 공동 노력으로 이룩한 성과는 귀중하게 생각한다”는 전제를 단 뒤 “한국과 미국의 사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드의 관측 및 사전 경보 범위는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사드는 분명히 잘못된 선택으로 이웃 국가로서의 도리를 어긴 것으로 한국으로 더욱 위험한 지경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드 배치가 불가피한 근본 원인인 북한 핵·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의 군사연습을 끌어대며 특유의 ‘양비론’을 폈다.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과 함께 한미간 대규모 연합훈련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마치 마주 보고 달려오는 열차와도 같다”고 비유하면서 양쪽 모두에게 빨간 불을 켜서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탄도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미국과 한국도 군사훈련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재자로서 중국의 역할을 부각하려 애썼다. 왕 부장은 “중국은 철로 조작원처럼 한반도 문제가 (충돌이 아닌) 해결의 길로 가도록 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핵보유는 안전하지 않고 무력은 출로가 없다. 회담 재개의 기회는 아직 있다”고 강조했다.

관영 매체들은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환추(環球)시보는 8일 사설에서 “사드 부지 타격 군사훈련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중국이 사드 배치를 인정하면 다른 주변 국가도 모방해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에 강경론을 펴온 중국사회과학원 리준셩(李俊聲) 연구원은 환추시보 인터뷰에서 ”롯데 뿐 아니라 사드를 지지하는 다른 한국 기업도 중국에서 더 이상 버티게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하이(上海) 푸단(復旦) 선딩리(沈丁立) 교수는 환추시보 기고에서 ”1960년대 중국의 핵무기 개발로 미국이 더 이상 중국을 핵으로 위협하지 못하게 돼 겨우 핵균형이 이뤄졌지만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균형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