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우리 수산자원 지키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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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요즘 동해안에 도루묵이 풍년이다. 도루묵은 명태와 더불어 동해안의 대표 어종으로 꼽힌다. 전란 중 임금님이 피란길에 ‘묵’이라는 물고기를 드시고 이름을 은어(銀魚)로 부르게 했으나, 환궁 후 다시 먹어 보니 그 맛이 예전과 같지 않다 하여 도로 ‘묵’이라 부르게 한 것이 도루묵의 이름으로 굳혀졌다는 일화로 알려져 있다.

도루묵은 과거 국내에서 연간 1만 t 이상 잡혔으나, 2001년에는 1300t으로 급감하는 위기를 겪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안가에 떠도는 도루묵 알을 모아 부화하기 좋은 장소에 방류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어업인도 어구 사용량과 조업 횟수를 제한하는 등 민관이 함께 도루묵 자원 보호에 적극 참여했다. 그 결과 도루묵 어획량이 2016년 7500t으로 많아지면서 도루묵 전성기 시절의 약 4분의 3까지 회복됐고 어민들은 시름을 크게 덜 수 있었다.

‘국민 생선’으로 유명한 명태도 1940년까지는 연간 평균 어획량이 26만 t에 달해 국민 모두가 먹고도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명태의 과도한 어획 등으로 지금은 국산 명태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사라진 명태를 부활시키기 위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2014년부터 추진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드디어 세계에서 처음으로 명태 완전양식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자연에 방류한 2세대 양식 명태가 동해안에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해 명태 자원 회복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반가운 소식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연근해 수산자원은 크게 줄고 있는 추세다. 우리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지난해 92만3000t으로 1972년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 t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연근해 수산자원의 생산량이 정점에 달했던 1986년(172만 t)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원인으로는 과도한 어획과 어장 환경 변화 등이 꼽힌다. 특히 어린 물고기와 알밴 어미 물고기(일명 알배기)를 다량 어획하여 수산자원의 재생산을 어렵게 만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올해부터 어린 물고기와 산란 어미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어업인, 판매자,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전 국민 물고기 살리기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어린 물고기를 포획하면 방류하기, 산란 어미 물고기 판매 자제하기, 산란 어미 물고기나 어린 물고기 안 먹기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려면 수산물을 소비하는 국민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 특히 어린 물고기를 뼈째 썰어 회를 뜬 일명 ‘세꼬시’나 알배기를 선호하는 식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마련해도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횟집에서 어린 물고기를 이용한 메뉴를 즐겨 찾지 않고, 시장에서 생선을 살 때도 너무 작거나 알밴 고기는 되도록 사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소비자들이 작게나마 실천해 나간다면 우리 수산자원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겨울철이면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었던 도루묵이 동해 바다에 돌아왔다는 소식이 반갑다. 소비자들이 어업 자원 회복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협조를 한다면 우리 연근해가 도루묵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고기가 자유롭게 노니는 풍요로운 어장이 될 것으로 믿는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수산자원#해양수산부#도루묵#동해#물고기 살리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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