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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사교계 ‘장난감’으로 살았던 난쟁이 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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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사교계 ‘장난감’으로 살았던 난쟁이 백작

장선희기자 입력 2017-03-04 03:00수정 2017-03-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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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백작 주주/에브 드 카스트로 지음/정장진 옮김/480쪽·1만3800원·열린책들
“아홉 살의 유제프 보루브와스키, 푸른 눈과 금발의 곱슬머리를 한 이 아이의 키는 50센티미터가 채 되지 않았다. … 그러나 머리둘레, 가슴과 엉덩이, 두 팔과 다리, 손과 발 등, 모든 신체 부위가 이 키에 맞는 정확한 비율을 갖고 있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실제 인물에 대한 묘사다. 실존 인물이었던 폴란드의 유명한 난쟁이 백작 유제프 보루브와스키(1739∼1837) 얘기다. 그는 다 자랐을 때 키가 99cm에 불과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폴란드의 백작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가문의 몰락으로 어린 시절 다른 귀족의 집에 맡겨지며 굴곡진 삶을 살았다. 장난감이란 뜻을 가진 ‘주주’로 불리며 귀족들의 광대 역할을 한다. 특유의 재빠른 눈치와 입담으로 귀족 사이의 ‘큐피드의 화살’이 돼 사랑을 맺어주기도 하고, 귀족들이 듣고 싶은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아첨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유제프의 매력은 유럽에 소문이 나고 그는 폴란드를 넘어 영국, 프랑스 등지를 여행하며 각국 유명 인사, 왕실 가족들의 총애를 받는다.

다들 그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면엔 차별적 시선이 존재했다. 귀족들은 유제프 뒤에선 그를 역시 작게 태어난 그의 여동생과 결혼시켜 아이를 낳게 한 후 나누어 갖자는 우스갯소리를 나눴다. 또 프랑스 의사들은 그를 박제로 만들어 과학원에 전시하자는 얘기까지 했다. 유제프는 이런 수모를 겪으며 결심한다. 나의 인격을 둘로 나눈 채 살아가겠노라고. 인간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사회 속에서 나름의 존엄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 ‘짠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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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를 통해 당시 특권 계급의 위선적인 모습과 잔혹함을 풍자한다. 유제프의 98년 생애를 통해 왕정 시대부터 프랑스혁명, 산업혁명 초기까지 혼란스러웠던 유럽사를 훑어낸다.

저자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다. 1987년 루이 14세의 사생아 이야기를 다룬 ‘왕의 사생아’로 데뷔한 이후 역사소설을 꾸준히 써 왔다. 이 책은 유제프가 생전에 집필한 회고록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난쟁이 백작 주주#에브 드 카스트로#난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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