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표현에 통합 강조… “트럼프, 비로소 대통령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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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의회 연설… 협치등 66분간 외쳐
“기업-노동자 외국에 이용 안당할것”… 미국 우선주의-일자리 창출 재확인
反이민 정책 계속 추진 뜻 밝혀
“동맹국들 공정한 몫의 비용 내라”… 한일 등 겨냥 방위비 증액 압박
IS 격퇴만 언급… 북한 거론 안해


“오늘 밤, 트럼프가 비로소 대통령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을 마치자 트럼프와 ‘가짜 뉴스’ 전쟁을 벌이고 있는 CNN은 이렇게 평가했다. 그만큼 트럼프의 이날 연설은 그의 전형적인 막말과는 사뭇 달랐다. 어느 때보다 통합을 강조하고 협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러면서도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66분간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을 주요 발언 중심으로 분석했다.

 
● “동맹들은 미국이 다시 세계를 이끌 준비가 됐음을 알게 될 것”

트럼프는 자신이 취임한 뒤 미국이 세계의 리더십을 회복한 만큼 이제 하나가 되자고 동맹국들에 역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2018년 회계연도(2017년 10월 1일∼2018년 9월) 국방비를 전년보다 10% 올리면서 중국과 북한 등의 위협에 강력하게 대처할 것임을 선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지지하지만 재정적 의무를 충족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한국과 일본 등 모든 동맹국들에 “방위 공약을 지킬 테니 돈을 더 내라”고 압박했다. 그는 “나토든 중동이든 태평양이든 우리 파트너들이 의미 있는 역할을 맡고 공정한 몫의 비용을 내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 “작은 사고(small thinking)의 시간을 뒤로 하자”

트럼프는 “나는 통합과 그로 인해 더 강력해진 미국의 힘을 전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며 미국인들이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의 가슴을 채울 꿈들을 공유하고 희망과 꿈을 행동으로 전환할 용기가 필요하다”며 “최근 수십 년간의 실패가 우리의 미래를 규정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미국의 현재를 여전히 암울하게 보고 있지만 38일 전 취임사에서 미국의 실상을 ‘살육’ ‘적폐’ 등 비관적인 용어로 규정했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 “미국의 위대한 기업과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

어조는 차분해졌지만 ‘미국 우선주의’ 어젠다는 취임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임사에서 “국정 운용 원칙은 두 가지다.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고 했던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선 “기업과 노동자들이 외국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표현만 바꿨다. 그러면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다시 가져오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를 위해 무역협정 재협상은 물론 규제 개혁,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무역협정에 대해서는 한국 등 특정 국가는 거론하지 않은 채 “나는 자유무역을 믿지만 동시에 공정무역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이민 개혁이 가능하다”

취임 후 가장 큰 논란을 낳은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 이민 규제 정책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의 조속한 설치와 추가 이민 규제 정책도 재확인했다. 특히 트럼프는 이민 문제도 일자리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봤다.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와 임금을 늘리고, 안보를 강화하는 목표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민 개혁은 가능하다”는 것. CNN은 “불법 체류자의 일자리를 미국 시민에게 돌려줘 ‘일자리 창출 대통령’으로 기록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미국을 위협하는 안보 이슈로 이슬람국가(IS)만 콕 집어 강조했다. 이슬람 7개국에 대한 이민 규제 행정명령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IS 격퇴전을 강조해 국방비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 중국은 물론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의회연설#반이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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