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득·소비·양극화 악화의 ‘불명예 3관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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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가구는 월평균 439만9000원을 벌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질소득이 2005년보다 0.4% 감소했다고 통계청이 ‘2016년 가계 동향’에서 발표했다. 가계소득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제자리걸음한 데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이자소득 등 재산소득이 19%나 줄어든 탓이다. 가구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여파로 몸살을 앓던 200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소득이 줄면서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도 255만 원으로 물가상승분을 제외하면 1.5%나 감소했다. 오락·문화 비용에다 식음료품, 교육비까지도 줄인 가정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4년 7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임금을 올리거나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가계소득 증대세제를 신설하는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폈지만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통계청 발표에서 확인됐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저소득층이 집중적으로 맞아 2008년 이후 꾸준히 개선돼온 분배지표가 지난해 악화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소득하위 20% 가구 소득은 5.6% 감소한 반면 소득상위 20% 가구는 2.1% 증가해 빈부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2014년과 2015년엔 기초연금과 맞춤형 복지정책 혜택을 저소득층이 받으면서 소득이 늘었지만 지난해엔 경기불황으로 저소득층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동시에 감소해 소득과 지출, 분배라는 3가지 지표가 모두 악화됐다. 일자리를 잃은 퇴직자들이 너도나도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영세 자영업자들의 과당경쟁이 격화되면서 저소득층으로 편입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식으로 양극화가 이어진다면 한국사회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데도 정부는 매달 한 번 금요일 퇴근시간을 오후 4시로 앞당겨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돈을 더 쓰라고 하니 한심하다. 대선주자들도 국민 세금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호만 외치지 말고 민간에서 실질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실질소득 감소#경기침체#저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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