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살아남고 싶은 피아니스트 김선욱 “휴가가서도 연습실 찾아다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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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베토벤이냐고 묻는다면…네, 그렇네요.”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이 최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을 수록한 앨범을 발매했다. 3월 18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베토벤의 작품으로 리사이틀도 갖는다.

21일 서울 문호아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왜 베토벤’일 수 밖에 없는지를 밝혔다.

“지난 10년간 베토벤의 작품을 많이 연주했어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하나의 겹을 쌓았다고 생각해요. 저만의 베토벤에 대한 철학이 이제 하나의 챕터가 생긴 셈이죠.”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 최연소, 첫 아시아 출신 우승자인 그는 유독 베토벤 작품에 천착해왔다. 2009년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2012~2013년 8회에 걸친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2013년 피아노 협주곡 5번 앨범 발매, 2016년 디아벨리 변주곡 완주 등 베토벤만을 연주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베토벤과 자주 함께 악보 위를 걸었다.

“음반 판매점에 가면 수십 수백 명의 연주자들이 녹음한 베토벤 음반이 있어요. 텍스트는 하나인데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죠. 많은 음반과 해석이 있는데 저는 어떤 저만의 해석과 차별화로 갈지 고민을 많이 했죠. 결국 저만의 언어로 베토벤을 번역했죠.”

그는 어렸을 때는 ‘천재’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최근에는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그는 그런 단어를 듣자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신동과 거장 이런 단어는 제가 들어도 낯 뜨거워요. 저는 이제 더 이상 영재도, 거장도 아닌 애매한 위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매일 꾸준히 할 수 밖에 없고, 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열심히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현재 그에게 ‘꾸준히 살아남자’가 화두다. 신입사원으로 음악이란 세계에 발을 디뎌 이제 10년 차 사원으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동양인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차별과 편견을 극복해야 해요. 물론 불평만 한다면 자기 손해일 뿐이죠. 또 향후 2~3년의 연주 일정은 잡혀 있지만 4년 이후는 몰라요. 콩쿠르 우승 뒤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연주해온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죠.”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그는 일반적인 직장인의 삶도 부러워했다. 주말이 있고, 퇴근이 있는 삶을 말이다.

“매일 3~4시간씩 연습해요. 휴가도 못가요.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불안해서요. 지난해 하와이로 휴가차 놀러갔는데 하와이 음대에 연락해서 연습실을 구해 연습했어요. 저에게 연습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과 같은 일상이죠. 좋지도 싫지도 않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음악가는…. 글쎄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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