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대선주자 난립… ‘보수 대표’ 몸값 키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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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정국]황교안 빼고도 10명 경선 예상… 지지율 미미하지만 얼굴 알릴 기회
黨, 대선정국 ‘지분’ 고려 적극 독려

‘신(新)9룡(龍) 시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분당(分黨)을 겪고 당명까지 바꾼 자유한국당에 대선 주자가 넘쳐나면서 나오는 말이다. 9룡은 1997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 대선 주자 9명이 당내 경선을 벌이면서 처음 쓰인 용어다.

하지만 상황은 20년 전과 사뭇 다르다. 당시 9룡은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쳐 이회창 후보를 당의 대선 주자로 내세웠다. 반면 한국당 대선 주자 가운데 현재 의미 있는 지지를 받는 후보는 없다. 그럼에도 ‘출마 러시’가 이어지는 데는 여러 포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선 이미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원유철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14일 자신의 팬클럽 성격인 ‘용포럼’ 창립대회를 열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15일에는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한국당에 입당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인천시장을 지낸 안상수 의원도 21일 대선 출정식을 연다. 이 밖에도 김기현 울산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2심 판결(16일)을 앞둔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전현직 시도지사들과 정우택 원내대표와 조경태 의원 등이 경선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제외하고는 유의미한 지지를 받는 후보는 사실상 없다. 13일 리얼미터의 한국당 대선 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황교안 27.4% △홍준표 8.0% △이인제 6.4% △김문수 5.2% 순이었다.

그럼에도 출마 러시가 꼬리를 무는 건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출마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당내 강력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지 않을 경우 기호 2번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일부 주자들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올해 대선 승리보다는 ‘주인 없는’ 한국당의 당권을 노리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향후 연정(聯政) 과정에서 일정 지분을 챙기기 위해서라도 당내 후보가 반드시 필요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지 못할 경우 조롱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한국당#대선#보수#경선#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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