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60km 달리던 40t 트레일러, 충돌 위기서 자동 스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Tech & Trend]현대-기아 상용차 연구개발 현장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로드 시뮬레이터 장비를 통해 40t 트레일러에 대한 성능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대형 트레일러나 버스 같은 상용차들은 험한 도로를 쉴 새 없이 달려야 하기 때문에 극한 환경에서 견디는 실험을 거쳐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로드 시뮬레이터 장비를 통해 40t 트레일러에 대한 성능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대형 트레일러나 버스 같은 상용차들은 험한 도로를 쉴 새 없이 달려야 하기 때문에 극한 환경에서 견디는 실험을 거쳐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국내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가장 큰 차량인 40t 트레일러. 그 거대한 차 조수석에 올라탄 건 이달 초다. 앞뒤로 길게 뻗은 몸집만큼이나 시야가 넓게 펼쳐졌다. 차는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의 시험 도로를 달렸다. 트레일러 앞에는 실험용 차량이 움직였다. 트레일러는 시속 60km로 달리며 앞차와의 간격을 점점 좁혔다.

운전석에 앉은 양원우 상용시험개발팀 책임연구원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차에서는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양 연구원이 여전히 브레이크에 발을 대지 않자 자동으로 급브레이크가 한 차례 작동했다. 트레일러 차체는 덜컹 흔들렸고 이후 앞차를 2, 3m 앞에 두고 멈춰 섰다. 경보음이 울리고 차가 자동으로 멈추기까지 걸린 시간은 3초가 채 되지 않았다.

트레일러가 충돌을 감지하고 스스로 멈춘 것은 능동형긴급제동장치(AEBS·Autonomous Emergency Braking System) 덕분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하는 대형 트럭에 AEBS가 부착된 건 2015년부터다. 양 연구원은 “트럭이나 버스는 충돌사고가 나면 큰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승용차에 비해 AEBS 장착이 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트럭이나 버스처럼 주로 상업용으로 쓰이는 대형 차량인 상용차는 큰 차체 탓에 둔하고 투박하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AEBS 등 첨단 기술 연구는 더 활발하다. 대형 사고에 대한 우려로 안전이 중요하고 ‘운행=비용’인 업무용 차라 연료소비효율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 극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상용차 연구

상용차 연구개발이 한창인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의 로드 시뮬레이터에는 중국으로 수출될 트레일러가 놓여 있었다. 최근 기자가 연구소를 찾았을 때는 중국 비포장도로를 재현한 악조건에서 트레일러가 굴러갔다. 좌우 높낮이가 다른 길을 지날 때면 차체가 기우뚱했다. 돌이 가득한 자갈밭을 구현한 구간에서 트레일러는 쉴 새 없이 흔들렸다. 김정훈 상용시험개발팀 파트장은 이런 가상 도로 테스트가 3개월간 이어진다고 했다. 연구원들은 테스트 기간 동안 수시로 차가 충격에 어떻게 변하는지 점검한다. 충격을 줬을 때 차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 등은 자동으로 기록된다.

극한 기후에서 상용차 성능을 실험하는 ‘환경 체임버’에서는 45도에 이르는 고온 속에서 2.5t 트럭의 바퀴가 움직이고 있었다. 체임버로 들어서자 위에서 내리쬐는 가상 태양열과 후끈한 열풍에 숨이 턱 막혔다. 이 트럭은 중국 남부 지방으로 수출할 차다. 사막이 있는 중국 남부 환경을 만들고 주로 점검하는 것은 에어컨 등 냉각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차 외형이 변하지 않는지 등이다. 환경 체임버에서는 영하 40도에서부터 영상 60도까지 설정할 수 있다.

극한 환경에서 상용차들을 테스트하는 이유는 승용차보다 내구성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용차가 다니는 길은 비포장도로, 물웅덩이가 가득한 공사장 등 험한 곳이 많다. 게다가 상용차 1대가 1년에 평균 운행하는 거리는 8만∼10만 km로 승용차보다 훨씬 길다. 자동차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상용차가 80만 km 이상 운행한다고 가정하고 차를 개발한다.

○ 상용차가 첨단 차량 기술 선도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첨단 자동차에 대한 연구도 상용차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래의 첨단 자동차 기술이 상용차에서 가장 먼저 적용될 것으로 본다. 특정 구간을 순환하는 버스, 작업장을 돌며 건설 자재를 운송하는 트럭 등 상용차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수요가 다른 차보다 크다.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환경 피해를 줄이는 친환경 상용차는 이미 5년 전에 대중화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차들이 통신망으로 연결돼 함께 움직이는 군집 주행 기술도 상용차를 통해 우선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등에서 여러 자동차 업체들이 현재 연구하고 있다. 군집 주행이 이뤄지면 연비를 최대 20%까지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임정환 상용설계센터장은 “군집 주행은 불필요한 급제동 없이 여러 차량이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므로 연료를 아끼고 운전자의 피로도 역시 감소하므로 더욱 안전해진다”고 말했다.

화성=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현대#기아#상용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