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피아노밖에 몰랐던 소년, 피아노 밖 세상을 연주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 어린 시절의 나는 음악 이외의 것은 보지 못하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 음악이 내 세상의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온 이상 초특급 호텔과 최고급 레스토랑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야한다. ―건반 위의 골든보이, 랑랑(랑랑 데이비드 리츠·위즈덤피플·2011년) 》
 
한 분야에서 ‘미친 듯한’ 천재성을 발휘한 인물에게 많은 사람들은 경외감을 느낀다. 경쟁 속에서도 자신을 단련하며 이룬 재능에 보내는 찬사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인물이 자신의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고 의외의 모습을 보일 때 사람들은 더 많은 관심과 호응을 보내게 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한 중국의 랑랑(郞朗·35)이 그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2008년 ‘랑랑 국제음악재단’을 설립한 그는 6∼10세의 재능 있는 어린이들에게 피아노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에 방문해 어린이들과 합주를 하기도 했다. 세계적 명성을 얻는 젊은 음악가들 사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교육자’적인 행보다.

랑랑의 자서전인 이 책에는 그가 어떤 생각으로 사회적 활동에 나서게 됐는지가 잘 드러난다. 그는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엄한 아버지 아래서 하루 종일 피아노 앞에 묶여 죽도록 연습만 했다. 그리고 12세의 나이에 독일 에틀링겐 국제콩쿠르에서 우승을 한다. 1999년 독일 지휘자 크리스토프 아셴바흐와 협연하면서부터 세계 클래식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됐다.

음악밖에 모르던 어린 소년이 음악 외 다른 분야에서 안목을 갖게 된 건 미국에 가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는 미국에서 햄릿을 배우고 힙합을 익혔다. 그는 미국에서 “새로운 인문학과 사고방식을 배웠다”고 말했다. 항상 대회에서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기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그는 “음악가로서의 내 역할은 문화와 문화 간의 다리 역할을 하고, 평화롭고 서로 존중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문화대사”라고 말한다. 이미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 그는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일찌감치 정하고 실천 중이다. 음악을 넘어선 음악가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을 하고, 더 큰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건반 위의 골든보이#랑랑#랑랑 데이비드 리츠#위즈덤피플#피아니스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