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상청, 3∼10일뒤 기온 ‘물결표 예보’로 바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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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최저-최고 숫자만 표기… 11월부터 오차범위 표시 예정
일각 “오보 피하려는 미봉책” 지적

지난해 여름 역대 최악의 폭염 때 잇따른 예보 실패로 망신을 샀던 기상청이 중기 기온 예보에 ‘물결표(∼)’를 도입한다. 기상청은 중기예보 기온 부분에 오차범위를 표기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중기예보는 사흘 뒤부터 열흘 뒤까지 예보로 시군별 날씨와 기온 정보를 담고 있다.

현재는 해당일의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이 한 가지 숫자로 표기된다. 하지만 11월부터는 물결표를 넣어 쓰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4일(화) 서울의 최저·최고기온이 현재 기상청 사이트에는 ‘―5/4(영하 5도/영상 4도)’로 나오는데 새로운 방식이 적용되면 ‘―6∼―3/3∼6’ 같은 방식이 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값을 쓰고 괄호 안에 오차범위를 표기하거나 오차범위의 꺾은선 그래프를 보여주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 등은 중기예보에 이런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박영연 예보분석팀장은 “현재 관측값을 토대로 하는 단기예보와 달리 중기예보는 토대가 되는 관측값부터 이미 미래 추정치이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날씨에 민감한 산업체, 소상공인들에게는 외려 오차범위를 주는 편이 신뢰도 높은 정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체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폭염 때 얻은 ‘오보청’이란 오명을 씻기 위한 미봉책 같은 느낌 때문이다. 당시 기상청은 여러 차례 중기예보에서 폭염특보 기준인 33도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가 많게는 5도 이상 높은 실제 기온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오차범위를 넓게 잡을수록 오보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예보 능력은 못 키우고 오차범위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예보 오차범위가 커지면 산업체에서 그에 맞는 대비책의 폭을 더 넓혀야 하기 때문에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기상청은 지난해 폭염으로 중기예보 논의가 시작된 건 맞지만 새 예보 방식이 더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히 중간값에 ‘±α’ 하는 것이 아니라 관측정보에 기반을 두고 범위를 정교하게 계산해낼 것이기 때문에 임의적인 범위 확장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기상청#물결표 예보#기온#오차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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