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지명한 고서치마저 “사법부 공격 실망스럽다”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일각 “민주당 인준 겨냥한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사법부 ‘때리기’에 그가 지명한 신임 연방대법관 후보자도 반기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경찰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너무나도 정치적인’ 법원이 잠정 중단된 행정명령의 합법성을 판단하는 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 등 무슬림 7개국 출신의 입국을 금지한 자신의 행정명령에 대해 “불량 고교생도 이것은 이해할 것”이라며 판사들이 고교생보다 못하다는 취지로 비아냥거렸다. 트럼프는 4일엔 전국에서 반이민 행정명령 집행을 잠정 중단시킨 제임스 로바트 판사를 ‘이른바 판사’라고 칭하며 깎아내리는 등 사법부 편향성 문제를 줄곧 제기해왔다.

그러자 불과 8일 전 트럼프가 지명한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자는 이날 리처드 블루멘설 상원의원(민주)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의 사법부를 향한 독설이 ‘사기를 꺾는 발언’이라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연방대법관 후보자가 자신을 지명한 대통령과 극명하게 다른 의견을 내는 광경은 트럼프의 공개적인 사법부 공격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척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공화)은 “(고서치의 발언은) 그가 매우 독립적인 성향이며 사법부 보호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민주당이 좋아할 장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서치의 발언은 필리버스터(인준 지연을 위한 무제한 토론)를 불사하겠다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행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멈추기 위한 60표에 8표가 모자라는 공화당이 트럼프와 ‘선 긋기’에 나선 고서치의 발언을 앞세워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베트남전 참전 경력을 거짓말한) 블루멘설 의원이 고서치의 말을 잘못 전달했다”며 고서치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010년 블루멘설이 트럼프가 지적한 문제로 구설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폴리티코는 이날 고서치의 발언은 그의 대변인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반이민 행정명령에 찬성하는 비율이 55%에 달한다는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팅의 이달 초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해 행정명령 합법 판결을 위한 인터넷 여론전에도 직접 나섰다. 비슷한 시기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는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비율이 51%로 집계되는 등 미국 내 여론은 팽팽하게 갈린 상태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연방대법관#후보자#고서치#트럼프#사법부#미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