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여자농구 멍들게하는 징벌성 야간훈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9일 05시 45분


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제공|WKBL
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제공|WKBL
프로농구선수들이 매번 완벽한 경기를 할 수는 없다. 다만 경기력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기복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다. 이에 각 팀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유지하고 꾸준하게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그 중 하나는 ‘문책성 지시’다.

감독들의 문책성 지시 중 가장 흔한 것은 자유투 연습 때 실패한 선수에게 코트 왕복 달리기를 시키는 것이다. 경기 도중 약속한 팀플레이를 어기거나, 지나친 개인플레이로 흐름을 깨는 선수를 곧장 벤치로 불러들이는 것 또한 자주 볼 수 있는 문책성 지시의 하나다. 여기에는 자신의 실수를 되돌아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문제는 단순히 문책으로 끝나지 않고, 선수들의 피로누적과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징벌성 훈련’으로까지 확대되는 경우도 있다는 데 있다. 경기 후 2∼3시간씩 야간훈련을 지시하는 것이 대표적인 징벌성 훈련이다. 남자프로농구에선 이제 이 같은 징벌성 훈련은 거의 사라졌다. 선수들의 피로와 불만만 높일 뿐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프로농구에는 아직도 징벌성 훈련이 남아있다. 실제로 올 시즌 2개 팀이 경기 후 자정이 넘도록 밤샘훈련을 했다. 경기력을 높이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지만, 징벌을 가하더라도 선수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980∼1990년대에 선수생활을 한 몇몇 감독들은 “우리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했다”고 말하지만, 요즘 선수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은 2010년대다. 선수들에게 짧은 시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훈련방법을 제시하고, 훈련의 필요성을 납득시켜야 하는 시대다.

여자프로농구선수들은 정규리그 35경기를 치르는 장기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지나친 훈련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선수들의 피로도와 부상 위험성만 증가시킬 뿐이다. 여기에 감독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따라붙는다. 팀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너무 구시대적인 방법 아닌가.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될 때도 있다”며 혀를 찼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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