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중소·중견기업, 연결고리를 넘어 순환사슬 구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기고 / 권기환 특성화 사업단 단장 상명대 교수

 대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의 미래는 높은 성과를 창출해내는 중소·중견기업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정부 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이유다.

 높은 매출과 이익을 꾸준히 달성해 히든 챔피언 반열에 오른 중소·중견기업들은 창업경영자-핵심 역량-신제품-시장 확보로 구성되는 강고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재무적 성과를 달성하려면 시장을 차지해야 하고, 시장을 확보하려면 제품이 좋아야 하고, 좋은 제품을 제조하려면 기술적 우위를 갖추어야 하며, 기술적 차별성을 갖추려면 창업경영자가 목표를 설정하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단선적인 사고라 할 수 있다. 우선 성과 중심적이긴 하지만 성장 지향적인지 의문이다. 당장은 효율적인 접근법인데 지속적으로도 효과적일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또 히든 챔피언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우리 중소·중견기업을 도전과 학습의 속도를 극대화시켜 소규모 다국적기업으로 나아가게 해야 할 것 같다.

 국내 제조 기반을 활용해 기존 사업에서 제품 수출로 일정 수준 이상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달성하는 히든 챔피언과 달리, 소규모 다국적기업은 국내외의 다양한 기술, 역량, 그리고 고객 기반과 연계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소·중견기업을 의미한다.

 이 같은 히든 챔피언이 소규모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될 필요가 있다. 첫째, 가치사슬의 전후방 모든 부분에서 다국적성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존의 기술, 설비, 유통망, 고객정보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더욱 다양한 기술, 설비, 유통망, 고객정보에 접근해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추진하려면 과거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고 산업 간 경계 와해가 가속화 되면서 낮은 비용으로도 신속하게 다양한 지식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구글과 알리바바, 유튜브와 유쿠를 활용해 기술, 자금, 인재, 고객을 다국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둘째, 중소·중견기업 내부에서 기업가정신이 더욱 분출되어야 한다. 창업경영자가 제품 라인을 확장해 여러 신규 사업에 직접 도전해볼 수도 있겠지만, 도전적인 직원들을 기업가정신으로 무장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앞장서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임직원의 혁신성, 선도성, 위험 감내(Risk Taking), 그리고 경쟁 지향 수준을 개선시킬 수 있는 경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창업경영자에서 출발해 시장 확보로 연결되는 기존의 ‘유지형 경영 시스템’을 창업경영자에서 출발해 사업경영자의 육성으로 순환되는 ‘생성형 경영 시스템’으로 변신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안정 궤도에 접어든 히든 챔피언들이 다시금 기업가정신을 증폭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야 할 것이며, 히든 챔피언들은 도전하는 청년을 영입하기 위해 경영의 품격을 높이고 비전과 성취를 더욱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현재 본인은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 특성화 사업의 지원을 통해 2014년부터 학생들을 여러 신흥시장과 중소·중견기업 현장에 보내고 있다. 인턴으로 가기 전에는 ‘큰 기업, 선진시장이면 더 좋을 텐데…’ 라고들 얘기하지만, 인턴을 다녀와서는 ‘클 기업, 신흥시장도 나름 매력 넘칩니다’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곤 한다. 이미 많은 청년들이 미래지향적인 중소·중견기업에 관심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단선적 연결고리를 넘어 생성적 순환사슬을 구축함으로써 중소·중견기업이 경영의 품격을 더욱 높이기를 기대해본다.

권기환 특성화 사업단 단장 상명대 교수
#중소기업#중견기업#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