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출마’ 반기문 “정치인 각성해야…생각 다 달라 대통합 어렵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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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2월 2일 1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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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사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일 “실제 정치를 움직이는 건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더 각성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모든 사람이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아 상당한 비난을 하면서도 모든 건 정치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무총장을 하면서 분쟁이 많은데 이런 건 모두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리비아, 시리아, 이라크 이런 모든 문제가 정치인들의 싸움으로 생기는 것”이라며 “모든 원인을 정치인이 제공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모두 생각이 다르니 국민이 고생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장 결정적인 계기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꼽았다.

그는 “3주간 정치인들을 쭉 만나보니 그분들 생각하는 게 전부 다르고 그걸 한 군데 끌어 모아 대통합을 이루는 게 어렵겠더라”면서 “상당한 동력을 가지고 밀어붙여야 되는데 생각 다르면 시간 많이 걸린다. 그런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답했다.

기존 정당에 입당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제약이 있었다. 가장 큰 정당이라고 본 새누리당이 분열돼 있고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었다. 초이스(선택지)가 별로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와 뜻을 같이하는 중립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과 힘을 합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많은 사람이 그리 권고했다”면서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했기에 시간을 가지고 20일간 열심히 노력했지만, 한 두 시간 만나고 나오면 별로 손에 잡히는 게 없고 그분들 생각이 상당히 복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원래 태생이 상당히 순수, 단순, 아주 직선적이다. 남에게 어떤 복선 깔린 이야기를 해본 적 없고 있는 그대로 한다”면서 “외교관 기본서에 보면 정직이 최선이다. 늘 그렇게 배워왔고 있는 그대로 담백한 심정 이야기하고 협조 구했으나 그런 것이 우리 현실에서 이해가 잘 안 되고 어렵다”고 설명했다.

개헌협의체 제안을 한 지 하루 만에 중도 포기 선언을 한 배경에 대해선 “결정을 하려면 단호하게 해야 한다”면서 “오랫동안 숙고할 수는 있는데 일단 숙고를 하면 결정은 바로 이행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사실 작년 12월 하순부터 어떨 땐 잠도 잘 못자면서 여러 고뇌 많이 했다. 어떨 땐 감정적으로도 격할 정도로”라며 “우리 사회가 이래도 되겠느냐, 왜 정신 못 차리고 이러느냐. 우물 안 개구리 같다. 그러나 바깥에서 한국을 볼 땐 너무 적나라하게 보인다. 그걸 정치지도자들이 못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당인도 아니고 정식 후보도 아니고 전직 총장으로 비전이나 식견으로 한번 해보겠다고 한 건데 가만 보니 벽이 아직 높고 이해도가 낮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전직 유엔 총장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의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걸 계속 강조할 거라며 “정치가 계속 이러면 누가 대통령 돼도 마찬가지다. 권한에 발 잡힐 수 있고, 아니면 대통령이 다른데 국민 이야기 안 듣고 계속 가다보면 이런 꼴 나오는 거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전날 불출마 선언에 앞서 새누리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예방한 것과 관련해선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도 왔기 때문에 일련의 행사로 한 것”이라며 “공식 일정이 예정된 것이어서 다 예의를 표하는 것이 마땅한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지칭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선 “21세기에 보수, 진보를 확연히 구분해서 당신은 이쪽에 서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 진보적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것을 확연하게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이분하는 것"이라며 “이념으로 갈라지고 지역, 세대, 계층 간 갈라져 있는 게 문제가 아니냐.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은 전체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열을 통합할 만한 대선 후보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제 나름대로 생각은 있지만 국민들이 판단해야 한다”면서 향후 협력 가능성에 대해선 “대선 꿈을 접었으니 좀 더 중도적인 입장에서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실제 도움이 오면 힘을 보탤 의향이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엔 “그런 정치활동은 국내에 있으면서는 자제를 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바는 여러 기회가 있을 테니 연설을 한다든지, 학회에 간다든지, 그런 면에서 국민의 통합과 화해를 도모하기 위한 노력은 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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