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인텔, 상황 타개를 위한 4가지 전략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5월 31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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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IT의 시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모바일'과 '클라우드'의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수많은 IT 기업이 모바일과 클라우드를 앞세워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IT 기업이 모바일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인텔이 그렇다. 주력이었던 PC 시장이 정체되고, 모바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모바일 시장을 노리고 내놓은 스마트폰용 아톰 프로세서는 시장을 장악한 ARM 계열 프로세서와 경쟁에서 패배했다. 결국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2017년 중반까지 전체 임직원의 11%에 달하는 1만 2,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한때 2위였던 글로벌 브랜드 가치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인터브랜드 조사 기준).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클라우드는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요구되는 병렬처리용 고사양 프로세서는 여전히 인텔만의 것이다. AMD나 ARM 계열 프로세서가 감히 넘보지 못할만큼 성능 차이가 크다. 이를 바탕으로 인텔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5G 등 모바일과 클라우드의 뒤를 잇는 차세대 IT 기술 3가지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자사의 강점인 CPU 기술을 보탰다.

인텔은 3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팅 기술 전시회 '컴퓨텍스 2016'에 참가해 인텔의 미래를 책임질 4가지 신기술과 전략을 공개했다. 인텔의 전략은 '머신러닝과 딥러닝(인공지능)', '사물인터넷', '5G', '사용자를 위한 최상급 CPU'로 요약할 수 있다.

컴퓨텍스 2016 인텔 키노트 (사진=IT동아)
컴퓨텍스 2016 인텔 키노트 (사진=IT동아)

머신러닝과 딥러닝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널리 활용되는 기술이 바로 '머신러닝(기계학습: 기계에게 학습능력을 부여하는 것)'과 '딥러닝(계층학습: 계층(레이어)을 활용해 기계에게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준 구글 알파고도 인텔 제온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테슬라 GPGPU를 활용해 딥러닝을 구현했다.

인텔은 기업과 연구소에서 보다 쉽게 머신러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인텔 제온 E5-2600 v4' 프로세서와 통합형 FPGA를 결합한 시스템을 선보였다. 자사의 기술과 작년에 인수한 '알테라'의 기술을 하나로 결합한 것이다. 인텔 제온 E5-2600 v4 프로세서는 브로드웰 아키텍처 기반의 차세대 제온 프로세서로, 22개의 코어를 갖췄고 DDR4 2400 기반의 ECC(오류검출) 메모리를 지원한다. 기존 제온 프로세서 대비 금융 서비스 처리능력이 30~47% 향상되었고, 생명과학 분석 능력이 최대 35%, 지리데이터 분석 능력이 최대 45% 향상되었다. 특히 부동소수점 연산 능력이 40% 향상되어, 5사이클에 처리하던 작업을 3사이클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통합형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s)란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맞춤형 통합 연산장치다. 이 시스템을 활용해 기업과 연구소는 자체 머신러닝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보유한 데이터센터의 머신러닝 처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알테라와 자일링스가 양분하던 시장이었으나, 인텔이 알테라를 인수함으로써 인텔과 자일링스의 2파전으로 압축되었다.

경쟁자 엔비디아가 치고 올라오고 있는 딥러닝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차세대 '제온파이(Xeon Phi)'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현재 딥러닝 분야의 하드웨어는 GPGPU 테슬라와 병렬처리 아키텍처 쿠다(CUDA)를 앞세운 엔비디아가 선도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엔비디아 매출의 25%가 테슬라와 쿠다에서 나오고 있다.

차세대 제온파이 프로세서는 인텔이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밀어내고 딥러닝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제품이다. 라라비 아키텍처(우리 추억속에 남아있는 인텔의 그래픽카드 '라라비'가 맞다)의 후속 아키텍처인 나이트랜딩 기반으로 설계된 차세대 제온파이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GPGPU와 달리 일반 CPU처럼 시스템 전반을 컨트롤하는 호스트 프로세서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CPU 자리에 GPU를 끼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온파이는 제온과 비교해 코어 당 성능은 떨어지지만, 코어의 집적률이 높기 때문에 병렬처리에 특화되어 있다. 이를 활용해 딥러닝 같은 이미지 인식 기술을 연구하고 구축할 수 있다.

인텔은 비주얼 클라우딩(실시간 동영상 인코딩&스트리밍)에 특화된 '제온 E3-1500 V5' 프로세서도 공개했다. 인텔 제온 E3-1500 V5 프로세서는 병렬처리에 특화된 제온 프로세서임에도 불구하고 GPU인 '아이리스 프로 P580'을 포함하고 있다. CPU와 GPU를 함께 활용해 보다 많은 영상을 동시에 인코딩하고 스트리밍할 수 있다. 별도의 GPU를 설치할 필요가 없거나 줄어들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의 공간과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인텔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홈게이트웨이(사물인터넷 허브)를 위한 5세대 와이파이 제품군인 GRX 750 SoC와 XWAY WAV500 Wi-Fi 칩셋을 공개했다. GRX750 SoC는 사물인터넷 허브가 사물인터넷 기기를 더욱 빠르게 제어할 수 있도록 처리능력과 통신능력을 강화한 통합 프로세서다. 통신 간섭을 최소화해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만 청화텔레콤 및 산젯 테크놀러지와 협력해 아톰 X3 프로세서를 활용한 차량 관제 시스템을 선보였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 및 차량 이용 방식을 분석해 이에 맞는 보험 정책을 운전자들에게 제공하는 기기다. 인텔은 POS, 헬스케어, 태블릿PC, 산업용 기기를 위한 아톰 X3 프로세서 개발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용 아톰 프로세서 개발을 중단한 것을 수습하기 위한 발언이다.

5G

5G 통신기술은 4G와 달리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가 핵심이 아니다(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보다 촘촘하고 광범위한 무선 네트워크를 구현해 사물, 클라우드, 사람을 상호 연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 인텔의 이 발언은 이미 촘촘하고 광범위한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 중인 한국 사용자에게는 조금 진부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다른 나라는 대한민국만큼 네트워크가 광범위하고 촘촘하지 않다는 점을 상기하자.) 때문에 5G는 스마트도시,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IT 기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중심 축을 구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텔은 5G 기반 통신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 폭스콘(Foxconn, 홍하이 정밀)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모바일 엣지 컴퓨팅(Mobile Edge Computing), 클라우드 라디오 엑세스 네트워크(CloudRAN),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etwork Functions Virtualization) 등 5G 구현을 위한 차세대 통신 기술 개발을 함께 할 계획이다.

현존 최고의 프로세서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지금까지 일반 사용자와 조금 거리가 먼 얘기를 했다면, 이제 조금이나마 가까운 얘기를 할 차례다. 인텔은 최상위 개인용 데스크탑 프로세서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 익스트림 에디션'을 공개했다.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 익스트림 에디션 (사진=인텔)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 익스트림 에디션 (사진=인텔)

코어 i7 프로세서 익스트림 에디션은 현존하는 PC용 프로세서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춘 제품이다. 브로드웰-E 기반(스카이레이크가 아니다. 이유는 후술)으로 제작된 이 프로세서는 모델 별로 6개에서 최대 10개의 코어를 갖추고 있고, 코어 클럭은 모델 별로 3.0~3.6GHz다. 터보 부스트 맥스(3.0)를 지원하기 때문에 이러한 단일 코어의 성능을 최대 25%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쿼드(4) 채널 DDR4-2400 메모리를 지원하며, 40개의 PCI 익스프레스 레인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최상위 그래픽 카드 4개를 연결하고도 최고급 SSD를 연결할 수 있는 8개의 레인이 남는다. 또한 오버클락을 원하는 사용자를 위해 모든 오버클락 제한이 풀려있다.

코어 i7 프로세서 익스트림 에디션은 기존 인텔의 최상급 프로세서보다 4K 동영상 인코딩 능력이 25%, 3D 그래픽 처리 능력이 35% 더 뛰어나다(비 오버클락 기준). 이를 바탕으로 4K 해상도 게임과 가상현실을 경험하려는 사용자에게 더욱 향상된 게이밍 경험을 제공한다. 강력한 성능만큼 전력소모와 가격도 무시무시하다. 전력소모는 CPU임에도 불구하고 140W에 이르며, 가격은 412(6코어)~1,569(10코어) 달러에 이른다. 제품을 이용하려면 LGA2011-V3 소켓과 X99 칩셋을 지원하는 메인보드를 갖춰야 한다.

코어 i7 프로세서 익스트림 에디션은 현 세대 아키텍처인 스카이레이크 대신 한 세대 전 아키텍처인 브로드웰-E가 적용되었다. 14나노 트라이 게이트 3D 트랜지스터 공정으로 제작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어 i7 프로세서 익스트림 에디션은 사실 HPC(슈퍼컴퓨터) 및 클라우드에 이용되는 제온 E5-2600 v4와 동일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같은 생산공정에서 제작해 코어의 수율이 높으면 제온 E5-2600 v4로, 수율이 낮으면 코어 i7 프로세서 익스트림 에디션로 패키징해 시장에 공급한다는 것이 인텔의 전략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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