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한국 3곳 포함… 오픈 2년 안된 한식기반 ‘밍글스’ 15위 ‘깜짝 랭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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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박홍인(바앤다이닝 편집장)의 미식견문록

《2월 말 아시아의 내로라하는 셰프들이 태국 방콕에 모였다. 산펠레그리노와 아쿠아파나가 후원하는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Asia’s 50 Best Restaurants·이하 A50B)’의 시상식이 열렸기 때문.
A50B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을 발표해온 영국의 미디어 기업 ‘윌리엄 리드 비즈니스 미디어 그룹’이 유럽, 미국에 비해 덜 알려진 아시아의 레스토랑과 셰프들을 발굴하고 아시아의 미식을 세계로 알리고자 2013년부터 수여하고 있는 상이다. 아시아를 인도아대륙, 동남아 남부, 동남아 북부, 홍콩·대만·마카오, 중국 본토와 한국, 일본 등 6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지역별로 50여 명의 전문평가단이 투표해 결정한다.
올해에는 총 318명의 평가자가 참여했는데 전년에 비해 더 다양한 나라의 레스토랑들이 발굴됐다. 한국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3곳이 선정됐다.》
2년째 1위 고수한 ‘가간’은 어떤 곳?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시상식에 참석한 셰프들이 환호하고 있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시상식에 참석한 셰프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렇게 훌륭한 셰프들이 많은데, 제가 감히 상을 받다니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쁩니다. 제가 있는 태국에서 상을 받으니 더없이 달콤하네요!”

올해 최고의 영광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가간(Gaggan)’에 돌아갔다. ‘태국의 베스트 레스토랑’이자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이란 영예를 동시에 거머쥔 가간은 인도 콜카타 출신의 가간 아난드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는 고향인 콜카타의 길거리 음식을 현대적인 조리 기법으로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진보적인 인도 요리’를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간이 정말로 아시아의 1등 레스토랑이 될 만한가란 물음에 평가단의 대답은 “예스!”였다. 경계를 허물면서도 무겁고 진지하기보다는 새로운 차원의 흥미로운 식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것도 가격성능비가 좋은 식사를 말이다.

넓어지는 아시아의 미식 스펙트럼


올해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1위에 오른 태국 방콕의 인도요리 식당 ‘가간’의 음식.
올해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1위에 오른 태국 방콕의 인도요리 식당 ‘가간’의 음식.
무늬는 태국 레스토랑이지만 들여다보면 인도 음식이 기반인 1위 식당에 이어 2위는 일본 도쿄의 ‘나리사와’가, 3위는 싱가포르의 ‘레스토랑 앙드레’, 4위는 중국 홍콩의 ‘앰버’, 5위는 일본 도쿄의 ‘니혼료리 류진’이 차지했다. 5위까지의 구성에서 중국, 일본, 싱가포르가 강세인 현상은 전체 50곳에 대한 국가별 집계와도 일치한다.

홍콩,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이 총 13곳으로 가장 많이 선정됐고, 싱가포르 10곳과 일본 9곳으로 3개국의 레스토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일본은 이번 2016년 A50B에 선정된 9곳 중 4개의 레스토랑이 20위 안에 들었으며 3곳(후쿠오카 ‘라 메종 드 라 네이쳐 고’, 도쿄 ‘덴’, 교토 ‘키쿠노이’)이 신규로 진입하는 등 멈추지 않는 저력을 과시했다.

3국의 위세 못지않게 총 13개의 나라가 포함된 이번 결과에는 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아시아의 맛이 반영됐다.

올해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2위에 오른 일본 도쿄 ‘나리사와’의 음식. 바앤다이닝 제공
올해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2위에 오른 일본 도쿄 ‘나리사와’의 음식. 바앤다이닝 제공
인도 스리랑카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배출된 스타들은 점차 아시아의 저변까지 확대돼 가는 미식의 흐름을 보여준다. 바꿔 말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도 볼 수 있겠다.

놀라움 주고 아쉬움도 남긴 한국

이런 가운데 한국의 3개 레스토랑이 선정됐다는 점은 한국 미식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에 대한 방증이다. 다만 수적 확대를 이루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참석자들을 모두 놀라게 하는 화제가 있었으니, 바로 올해 새롭게 진입하면서도 무려 15위에 랭크된 서울의 ‘밍글스’다.

강민구 셰프가 이끄는 밍글스는 한식과 아시아 요리를 기반으로 한 뉴 아시안 요리를 표방하는 레스토랑으로 2014년 5월에 문을 열었다.

개장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이른 쾌거에 단상에 오른 셰프와 매니저 모두 할 말과 표정을 잃은 듯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의 베스트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베스트 신규 레스토랑(Highest New Entry Award)’를 동시에 수상하는 기쁨을 안았다. 일찍이 2013년부터 A50B에 국내 유일한 레스토랑으로 선정되며 선전을 해온 ‘정식당’(22위)은 3년 연속 선정되며 한국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의 면모를 과시했으며, 서울신라호텔의 ‘라연’(50위) 또한 2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밍글스 셰프 강민구를 만나다

“처음부터 15위 오를 줄은 상상도 못해… 막연하게 생각하던 꿈 실현된 것”

―처음 진입하면서 무려 15위다. 소감이 어떠한가.

“부담이다. 시상식 참석하라고 주최측으로부터 연락 받았을 때, 진입한 것만으로 너무 좋았다.

한국의 레스토랑이 3곳인데 그중 하나라니. 하지만 15위는 상상도 못한 순위다. 앞으로도 순위가 떨어지고 오르고를 떠나서 리스트에 들었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것이다.”

―개장한 지 2년이 되지 않아 이런 쾌거를 이뤘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누구나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이다. 단언컨대 지금의 ‘밍글스’는 지금의 평가를 만족시킬 만한 극상의 미식을 보여주거나 수준 있는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저 조금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을 뿐이다.

많이 부족한데도 거대 자본의 외식 기업이나 스타 셰프가 아닌, 개인의 젊은 셰프라고 조금 더 응원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도 나보다 더 훌륭한 식당과 셰프들이 많다.”

―밍글스의 요리는 한식을 넘어 아시아의 요리법을 베이스로 동서양의 조리법이 어우러진다. 어떤 계기로 개장을 결정했나.

“2013년 벨기에에서 열린 ‘코리안 컬리너리 랩’에 참여한 적이 있다. 나를 포함해 4명의 셰프가 참여했는데 미슐랭 3스타 파스칼 바흐보 셰프, 벨기에의 상훈 드장브르 셰프 등 쟁쟁한 셰프와 함께하면서 한국인이 한국 요리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그 순간, 뭔가 내게 깨달음이 찾아온 듯했다. “작지만 나만의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에서 일하고 싶다!”고. 밍글스의 요리는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요리들이다. 한식을 기반으로 한 창작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한정식 요리는 접시마다 작은 뷔페와 같아서 한 가지 요리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개장하자마자 입소문을 탔다. ‘야채 애시를 입힌 양고기 숯불구이’ 요리가 대표 메뉴였는데, 현재 밍글스의 대표 요리는 무엇인가.


“봄나물을 이용한 반상이다. 오픈 1년 차 때와 비교하면 지금 메뉴들은 조금 더 온화해졌다. 뭐랄까 먹는 사람의 기호에 맞춰진 면이 없지 않다.”

―현재 ‘맛’을 연구한다고 들었다. 어떤 프로젝트인가.

“같은 요리라도 방법에 따라 맛의 결과가 달라진다. 밍글스에 가장 어울리는 맛을 찾기 위한 작은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첫 대상물은 ‘멸치육수’다. 많이 쓰고 있는 멸치육수를 5가지 방법으로 맛을 낸 뒤 우리와 가장 어울리는 맛 2가지를 선택했다. 다음은 쌀 또는 숯을 해볼 생각이다.”

―요리와 메뉴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나.

“내게 가장 어려운 일이 메뉴 작업이다. 한국에서 오너 셰프는 신경 쓸 일이 매우 많은데, 내 머리의 40%는 항상 메뉴에 꽂혀 있다. 늘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데, 책에서도 얻고 의외의 것들에서 잘 얻는 편이다.”

―강민구에게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란….

“막연하게 생각하던 꿈이 실현된 것. 또는 부담.”

―강민구에게 밍글스란….

“아내가 내 머릿속에는 ‘밍글스’밖에 없다고 말하곤 한다. 일어나서 잘 때까지 머릿속을 차지하는 것.”

 
박홍인 바앤다이닝 편집장
#q매거진#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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