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부터 해방을” 이색 공약 들고나온 美 대선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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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에는 종전 정치인과 전혀 다른 유형의 정치인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리얼리티쇼 사회자 출신의 파격적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민주당 후보 버니 샌더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 대선의 최대 이단아는 미국민을 죽음으로부터 해방시켜주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온 트랜스휴머니스트당의 졸탄 이스트반 후보(42)가 아닐까.

영국 BBC는 지난달 30일 관 모양의 버스를 타고 전국순회유세중인 이 이색적인 제3당 후보와 심층 인터뷰를 기사화했다. 트랜스휴머니스트는 과학기술의 발달을 통해 인간의 정신과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사상의 신봉자를 말한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뇌를 로봇에 전사하는 방식으로 불멸의 삶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포스트휴머니스트’로도 불린다. 그가 지난해 10월 창당한 트랜스휴머니스트당의 대선공약도 명쾌하다. 이런 급진적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 “15~20년 안에 인간을 죽음에서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헝가리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TV를 포함한 여러 매체의 기자로 일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베트남의 광산에서 “어차피 얼마 안남은 삶을 죽음을 멈추게 하는 데 쓰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4년에 걸쳐 쓴 ‘트랜스휴머니스트의 내기’라는 소설을 2013년 발표한다. 제스로 나이츠라는 철학자가 현재의 지지부진한 정치체제에 실망해 트랜스휴머니스트 혁명을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10~20년 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로봇에 내줘야하는 상황이 도래할 텐데 그때 사람들이 먹거리와 잠자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요? 미국은 현재 교육에 투자하는 돈의 4배나 많은 돈을 감옥에, 10배나 많은 돈을 폭탄과 전쟁, 국방에 쓰고 있습니다. 이런 돈을 과학기술에 투자하면 모든 사람을 죽음에서 구원해줄 수 있습니다.”

그가 8월부터 시작한 버스투어의 ‘불멸 버스’가 바퀴 달린 거대한 관 모양을 한 것도 ‘죽음을 끝장내주겠다’는 단순명쾌한 메시지 전달을 위한 것이다.

“저도 2016년엔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의 생각을 전파하다보면 2020년 또는 2024년엔 기회가 생길지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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