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브릭스’ VIM 시장 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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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대 초고속 경제성장 전망… 한국, 2014년 91억달러 투자 日앞질러
한류 무기로 새 성장동력 확보 나서

지난해 10월 미얀마에서는 경제 ‘한일전’ 두 건이 연달아 열렸다. 외국계 은행 지점 설립 허가와 한따와디 민자 신공항 수주전이 그것. 결과는 일본의 ‘완승’이었다. 선정된 9개 은행 중 일본은 3개 은행이 선정된 반면 한국은 한 곳도 얻어내지 못했다. 신공항 수주전에는 한국공항공사 중심의 한국컨소시엄이 당초 수주 전망이 밝다고 알려졌지만 싱가포르-일본 컨소시엄에 고배를 마셨다. 미얀마에서 근무했던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장은 “미얀마는 전통적으로 대우가 ‘세계경영’을 내세우던 시절부터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었지만, 최근 일본이 투자를 강화하면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3국을 지칭하는 ‘VIM’ 시장이 ‘포스트 브릭스(BRICs)’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 새로운 경제영토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투자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미얀마의 경우, 3국 중 투자 규모는 가장 작지만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2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들 3국에 대한 지난해 투자액은 한국이 91억3160만 달러(약 10조5554억 원), 일본은 50억9000만 달러로 한국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는 이 지역의 강국인 태국 때문에 생긴 이미지라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VIM 국가들은 향후 경제성장률이 6∼8%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중국에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 기업들이 예전부터 많은 투자를 해오긴 했지만 중국 경기 둔화로 일본이 중국 이외 지역에 공장을 하나 더 세우는 ‘차이나+1’ 전략을 쓰면서 이 지역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VIM 지역 내에서도 나라마다 투자 규모가 다르다. 전체적으로 보면 베트남에서는 한국이,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본이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고, 미얀마에서는 백중세다. 또 이 지역에서 한국의 투자를 이끄는 것은 전자 분야다. 김고현 무역협회 호찌민 지부장은 “삼성전자와 LG가 베트남에 투자하면서 전자 분야에서는 일본을 확실히 앞섰다고 본다”며 “일본은 철강·화학·건설 분야에서 강세이고 유통 분야에서는 양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 지역에 대한 무상 원조와 체계적인 투자 계획을 앞세우며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미얀마에서 일본이 수주에 성공한 것도 미얀마가 경제 제재를 받고 있던 시기에도 철수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를 이어간 것이 미얀마 정부의 신뢰를 얻은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일본은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이 합세해 체계적인 장기 계획을 세워 원조와 금융지원, 민간투자를 병행하는 ‘패키지 플랜’ 전략을 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자 분야 이외 투자처를 다양화하고 ‘한류’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실장은 “미얀마 사람들은 ‘60년간 이어진 영국 지배보다 3년 동안의 일본의 지배가 더 혹독했다’고 공공연히 말하곤 한다”며 “역사적 아픔에 대해 한국과 공통점이 있고,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기도 굉장히 높아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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