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품과 덕망에 절대적인 신뢰…대표팀 거국적 탕평인사 가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5시 45분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김인식 리더십을 말하다|<상>포용력

역시 김인식(68) 감독이 정답이었다. 한국야구가 또 김인식 감독에게 빚을 졌다. 야구국가대표팀이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온갖 악조건을 딛고 이뤄낸 우승이자, 우리 스스로조차 예상치 못했던 성과다. 김인식 감독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 비범한 김인식 리더십의 특별함을 3회에 걸쳐 재조명한다<편집자 주>.

강한 조직은 인재가 결집된 조직이다. 그러나 인재는 대개 개성이 강하다. 여기서 요구되는 미덕이 리더의 포용력이다. 인재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되 팀이라는 가치에 수렴되도록 이끄는 것, 김인식 리더십의 에센스가 바로 이 지점에서 발휘된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이후 6년 만에 대표팀에 컴백한 김 감독은 선동열 전 KIA 감독, 이순철 전 LG 감독, 김광수 전 두산 감독대행, 김평호 삼성 1루코치, 김동수 LG 2군 감독, 송진우 전 한화 코치 등을 불렀다. 또 전력분석팀에는 김시진 전 롯데 감독이 들어갔다. 김 감독이 아니면 도저히 한 우산 아래 모을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탕평인사’다. 사람의 장점을 먼저 보고 포용하는 김 감독의 인간적 매력이 이런 ‘거국적 인선’을 가능토록 했다. 프리미어 12에 참가한 선 전 감독, 이 전 감독 등의 지도자들은 커리어에 평생을 두고 자랑할 수 있는 훈장을 달게 됐다.

선수 구성 역시 난항의 연속이었지만, 김 감독이라서 잡음은 거의 없었다. 편치 않은 몸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김 감독의 진심을 아는 10개 구단은 최대한 선수 차출에 응했다. KIA가 부상을 이유로 단 1명의 선수도 내보내지 못했을 때도 김 감독은 그 사정을 이해해줬다. 삼성 투수 3명이 해외원정도박 스캔들로 대표팀에서 낙마하는 과정에서도 김 감독은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14경기의 격전을 치른 두산은 28명의 대표팀 엔트리에 8명이나 내주고도 군말 없이 따랐다. 해외파인 이대호(소프트뱅크)와 이대은(지바롯데)을 비롯해 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거사를 앞둔 박병호(넥센), 김현수(두산), 손아섭(롯데) 등도 모였다. 감독 김인식의 인품과 덕망을 믿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프리미어 12에 돌입해서도 대표팀은 최악의 스케줄, 주최측의 횡포, 심판의 미숙한 운영 등 외부 악재 탓에 흔들릴 상황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리더 김인식은 팀의 평정심을 유지시켰고, 숱한 불이익을 오히려 강한 승부욕으로 반전시켰다. 선수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힘,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행할 수 없는 김인식 감독만의 능력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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