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과 열정” “존재감 없어” 반기문다움의 두 모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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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반기문 리더십 엇갈린 평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들이나 그를 취재했던 일부 기자들이 쓴 책을 보면 반 총장은 초인이나 위인 수준으로 묘사돼 있다. ‘마라톤 거리인 42.195km를 100m 달리기 속도로 뛰는 인물’ ‘가장 완벽한 유엔 사무총장 적임자’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반열에 오를 위인’ 등 최고의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리더로서의 반기문’에 대한 평가는 그의 친정인 외교부 내에서도 엇갈린다. 그를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이른바 ‘측근 그룹’은 “그 성실함과 열정이 다른 모든 약점을 덮고도 남는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반 총장에게서 한두 발짝 떨어져 있는 중견 외교관들 중에선 “리더로서의 비전이나 철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과장급 인사는 “반 총장은 현안과 상황을 잘 관리하는 리더이지, 변화와 개혁을 이끄는 리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잘하고, 모든 일을 다 잘하려고 하는 반기문다움’과도 연결된다.

한 퇴임 외교관(대사급)의 증언.

“반 총장의 장관 시절 외교부는 늘 개혁 대상 1순위 부처로 거론되곤 했다. 청와대에서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데려다 외교관 시켜도 지금 외교부보다 못할 게 없을 것’이란 모욕적인 발언까지 흘러나왔다. 그런 상황에서도 반 총장은 청와대에 맞서기보다 순응하며 해법을 찾는 스타일이었다.

미국 언론 등이 반 총장의 리더십을 문제 삼을 때마다 그의 측근들은 “사무총장은 유엔의 대주주 오너가 아니라 권한을 위임받은 전문경영인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펴곤 했다. 장관 시절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우선적으로 받들어야 했던 것처럼, 사무총장도 자신을 뽑아 준 193개 유엔 회원국, 실질적으론 ‘거부권’이란 권력을 지닌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이사국(P5)의 이해를 거슬러선 안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반 총장은 지난해 한 TV 정치 토크쇼에 출연해 “시리아 사태, 에볼라, 기후변화, 빈곤 퇴치 등 유엔 현안이 너무 많지 않으냐”는 질문에 “문제가 있는 곳이라면 예외 없이 다 방문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임기 내내 ‘존재감 없는 사람(Nowhere Man)’이란 평가에 시달렸다.

반 총장의 한 측근 인사는 “리더십 스타일이 다른 것일 뿐, 반 총장의 리더십이 열등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반 총장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상대를 돋보이게 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리더라는 얘기였다. 이 인사는 “반 총장처럼 모든 나라의 정상과 수시로 통화하고, 언제든 회담할 수 있는 사무총장은 거의 드물다. 궂은일은 자신이 떠맡고, 빛나는 일은 상대에게 돌리는 반 총장 특유의 스타일이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반기문#리더십#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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