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현장속으로]터닦기 마친 울산시립미술관, 용지 재선정 방침에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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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예정지인 옛 울산초등학교 터. 미술관을 짓기 위해 건물을 철거한 뒤 평탄 작업까지 마쳤지만 울산시가 용지 재선정에 들어가자 인근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예정지인 옛 울산초등학교 터. 미술관을 짓기 위해 건물을 철거한 뒤 평탄 작업까지 마쳤지만 울산시가 용지 재선정에 들어가자 인근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18일 오후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예정지인 울산 중구 옛 울산초등학교 터. 지난해 6월 학교 건물을 철거하고 평탄 작업도 마쳤다. 예정대로 2017년 12월 울산시립미술관이 문을 열려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어도 일정이 빠듯하다. 하지만 공사는 중단된 채 학교 담장을 따라 2m 높이의 철제 펜스만 둘러쳐져 있었다.

○공사 중단, 새 용지 물색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예정지가 울산초교 터로 확정된 것은 2012년 9월. 울산시립미술관 자문위원회가 후보지를 공모해 대상지 7곳 중 이곳을 최종 선정했다. 당시 이 주변에는 동헌과 내빈을 맞는 객사(客舍), 사직단(社稷壇) 등이 있어 미술관 용지로 부적합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울산시는 이곳 1만5914m²에 2017년 12월까지 총 734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3층에 연면적 1만2400m² 규모로 전시실과 수장고 다목적홀 자료실 등을 갖춘 미술관을 짓기로 했다. 울산시교육청으로부터 학교 건물과 용지를 매입한 뒤 건물을 철거하고 지난해 7월부터 올 8월까지 문화재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학교 화단 지하에서는 학성관이, 운동장과 교문에서는 제승문과 남문루 유적이 확인되는 등 당초 우려대로 곳곳에서 문화재가 나왔다. 문화재청은 7월 울산시에 ‘미술관 위치를 유구가 확인되지 않은 서쪽으로 이전하고 미술관 설계 때 매장문화재분과위원을 포함시킬 것’을 통보했다. 이렇게 되면 미술관 용지는 크게 줄어든다. 울산시는 “미술관 용지가 좁아지면 전시장 규모나 건축물 디자인에 한계가 있고 진입로가 좁아 관광버스 출입이 어렵다”며 “새 용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일관성 없는 시정에 반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울산 중구 원도심 상인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중구 문화의 거리 상인회(회장 명윤황) 등 10여 개 단체 회원 100여 명은 18일 오후 옛 상업은행 사거리에서 미술관 용지 이전 반대 집회를 열었다. 각 상가에는 ‘일관성 없는 울산 시정에 상인과 예술인들 가슴은 멍이 든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울산 중구도 난감해하고 있다. 중구는 시립미술관 건립 예정지 확정 이후 이 일대를 원도심 재생 사업과 연계해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기 위해 갤러리를 포함해 44개 업소를 입점시키는 등 맞춤형 지원 사업을 펴고 있다.

학교 건물을 섣불리 철거한 것도 논란거리다. 한삼건 울산대 교수는 울산초교 건물 철거 직전인 지난해 5월 “개교 107년 된 교사(校舍)는 근대 건축물로 보존해야 한다. 미술관 건립을 위해 철거가 불가피하다면 본관 중앙 현관 또는 일부 벽면을 남겨 미술관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김한태 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도 “교사를 철거하지 말고 본관 44개 교실을 개조해 창작교실과 호스텔 형태로 바꾸고 초대작가들이 머물 공간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울산시는 24억 원을 들여 교사를 철거했다. 한 문화계 인사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사 철거를 강행한 울산시가 사과 한마디 없이 미술관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것은 안하무인격인 울산시 문화예술 행정의 현주소”라고 비난했다.

권성근 울산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19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초교 터를 제외한 9곳을 대상으로 새 용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혀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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