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어려운 ‘소니 PS4’로 테러 모의… 西方 감시 따돌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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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의 세계대전]IS의 정보戰 3대 무기

IS 지도자 아부 바크로 알바그다디
IS 지도자 아부 바크로 알바그다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기관들이 테러 조직을 감시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글로벌 안보’ 포럼에 참석한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ICA) 국장은 ‘이슬람국가(IS)’의 프랑스 파리 테러를 CIA도 사전에 몰랐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브레넌 국장은 “기술 혁명은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테러를 전면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이번 참사는 정보기관의 대테러 역량이 혁신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경종(wake up call)을 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 수장의 고백처럼 이번 테러 후 미국에선 “9·11테러를 겪은 뒤 국가정보국(DNI)을 신설하는 등 대테러 역량을 몇 배나 강화했는데 어떻게 이 같은 테러 징후를 파악하지 못할 수 있느냐”는 지적과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엔 파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워싱턴 등 미국 도시들도 언제든지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는 왜 이렇게 IS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 디지털 정보전에서 완패


미 대테러 전문가들은 IS가 글로벌 테러단체로 발전하면서 서방 정보기관들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사이버 정보 능력을 강화했지만, 정보기관들은 이에 걸맞은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고 입을 모은다.

매슈 올슨 전 미 대테러센터(NCTC) 소장은 1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IS 테러범들이 정보기관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암호체계를 사용하고 있어 테러를 방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3년 미국의 대테러 감청을 총괄하는 국가안보국(NS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무차별 감청을 폭로한 뒤 IS가 기존의 감청에 걸리지 않는 다양한 메신저 앱을 활용해 기밀 통신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존 밀러 미 뉴욕 경찰국 대테러담당 부국장도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IS가 사용하는 기밀 통신용 앱은 일정 시간 후 자동 삭제되거나 폐기되기 때문에 정보기관의 감청에 웬만해선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보기관이 테러 조직이 사용하는 앱을 찾아내더라도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앱의 승인이 필요하고, 이때 앱은 다시 사용자에게 이를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IS는 다른 앱으로 옮겨 가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고 이를 뒤쫓는 정보기관은 한발 늦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은 이날 “IS는 테러 공격 모의와 대원 모집에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보다 해킹 가능성이 적은 일본 소니사 게임인 ‘플레이스테이션4(PS4)’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날 보안 전문가를 인용해 “IS가 킥(Kik), 슈어스폿(Surespot), 위커(Wickr), 텔레그램(Telegram)과 같은 각양각색의 암호화된 메신저 앱도 사용하고 있어 정보기관조차도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 대테러 활동 위축된 서방 정보기관

이처럼 IS의 정보력은 날로 강해지는 반면 미 정보기관들의 대테러 활동은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여전히 서방세계의 정보 감찰을 주도하며 필요하면 관련 정보를 프랑스, 영국 등에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스노든의 폭로 이후 NSA가 민주당 등 정치권의 견제를 받아 왔고, 결국 올해 6월 NSA 등 정보기관의 무차별 감청을 금지하는 ‘자유법’이 통과되면서 대테러 정보활동이 이전보다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S는 디지털 정보전 외에도 인적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서도 서방과의 정보전에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헬 데일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IS 정보력 분석 보고서’에서 “IS는 디지털 정보력 강화와 동시에 특수인력을 양성해 테러 관련 정보전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종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를 길러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핵심 지령 전달과 테러 대상 교란 등 디지털상에서는 하기 어려운 고도의 첩보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IS는 역사상 최고 부자 테러조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대한 자금력도 갖추고 있다. IS는 지난해 이라크 주요 도시와 시리아 유전지역을 점령하면서 원유 밀매로 막대한 ‘오일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걸프 지역 수니파 부자들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게다가 IS는 점령 지역의 고대 유물을 밀거래해 현금화하고 심지어는 디지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으로도 자금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IS의 자산을 최소 20억 달러(약 2조3400억 원)로 추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국립안보문제연구소(INSS)에서 사이버전 분석 총괄 조정관을 맡고 있는 다니엘 코헨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IS는 잔혹한 폭력성뿐만 아니라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디지털 테러조직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미국 등 서방세계가 원점에서 다시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is#ps4#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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