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패트릭 “나를 빛내주는 1923년식 올드카 ‘모델 T’”

  • 동아경제
  • 입력 2015년 11월 12일 1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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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튜닝 전문 전시회 세마쇼(SEMA SHOW)에서는 최신모델 보다 올드카를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특히 1960~1970년대 차량을 튜닝한 차들로 전시장은 가득 찬다. 이런 튜닝카는 ‘리스토어(복원)’ 작업을 통해 재탄생한 모델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리스토어 산업이 가장 대중화된 나라다. 실제로 ‘2015 세마쇼’ 현장에서는 자신의 올드카에 맞는 튜닝 부품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이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만난 패트릭(Patrick·62)은 올드카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의 초대로 잠시나마 미국인들의 올드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그는 어린시절 아버지가 타시던 포드 ‘모델 T’ 리스토어 튜닝카를 구입했다. T의 연간 생산 대수는 1923년에 201만대에 이르렀다. 16초에 한 대 꼴로 생산돼 1920년대 미국 도로를 점령한 것이다. 이 올드카는 최근에도 각광을 받고 있다. 차량 구조가 단순하고 정비가 쉬워 클래식카 입문용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초기 모델은 직렬 4기통 2.9ℓ 엔진, 20마력, 최고속도 68km/h이지만, 리스토어를 거쳐 28마력, 78km/h까지 끌어 올렸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행에 나서고, 이상이 있을 경우 부품을 사다가 직접 정비한다.

외관은 매우 단순하다. 마치 2인용 서양 마차 좌석을 바퀴 4개 달린 하체에 얹혀놓은 듯한 모습이다. 문짝도 따로 없다. 운전을 위한 편의시설이라고는 고작 차체 중앙에 달린 헤드라이트 하나가 전부다.

앞·뒤 차축을 묶는 프레임이 없다보니 진동이 심했고, 회전 시에도 차가 쉽게 기우뚱거렸다. 또한 무거운 클러치 페달로 조작이 쉽지 않은데다 진동의 영향으로 브레이크 케이블이 늘어져 제동이 어려웠다. 마치 경주용 카트를 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똑같은 생김새의 요즘 자동차들만 보다가 T를 접하니 색달랐다. 소장용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 패트릭은 “올드카를 나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재미가 좋다”며 “기분 전환을 하거나 특별한 자리에 T를 이용하는데 그때마다 나를 빛내준다”고 말했다.

패트릭은 외형과 엔진, 휠, 전자부품 등을 바꾼 T를 1만6398달러(약 1897만 원)에 구입했다. 1925년 당시에는 250달러에 팔렸으니 70배 정도 가격이 오른 셈이다. 그는 “출시 초기 T는 갈수록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관리 상태가 좋으면 프리미엄이 더 붙는데 재테크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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