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영화 찍으려면 집이 필요해”… “아파트 열쇠 여기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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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맨해튼서 ‘뉴욕한국영화제’… 감독-팬 간담회

9일 미국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제13회 뉴욕 한국영화제’ 간담회에 참석한 홍원찬 감독, 영화배우 고아성, 신수원 류승완 감독(왼쪽부터). 사진기자들이 “다정한 포즈를 취해 달라”라고 요청하자 신 감독이 두 팔을 크게 벌려 옆 사람을 끌어안으려 하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9일 미국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제13회 뉴욕 한국영화제’ 간담회에 참석한 홍원찬 감독, 영화배우 고아성, 신수원 류승완 감독(왼쪽부터). 사진기자들이 “다정한 포즈를 취해 달라”라고 요청하자 신 감독이 두 팔을 크게 벌려 옆 사람을 끌어안으려 하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미국 뉴욕에서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작품을 찍고 싶나요.”(뉴요커)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삶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뉴욕에 서너 번 왔지만 관광객으로서였을 뿐이어서 삶의 경험이 있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죠. 뉴욕을 배경으로 한 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집과 생활비를 대 주세요.”(영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

9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제13회 뉴욕한국영화제(6∼11일)’에 참석한 류 감독, 영화 ‘오피스’의 홍원찬 감독과 영화배우 고아성, 영화 ‘마돈나’의 신수원 감독이 뉴욕의 한국영화 팬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었다. 류 감독의 익살스러운 답변이 끝나자 사회자가 “류 감독을 후원할 분 없느냐”며 맞장구를 쳤다. 한 백인 중년 남성이 열쇠 꾸러미를 흔들며 벌떡 일어나더니 “제 아파트 열쇠를 드릴게요”라고 말해 간담회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홍 감독은 같은 질문에 “프랑스 파리를 갔을 때 생각보다 좋은 인상을 못 받아서 ‘여기선 내 전공인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뉴욕은 좋은 인상을 줘서 스릴러보다 로맨틱한 영화가 어울릴 것 같다. 센트럴파크가 좋은 배경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홍 감독에게 “‘오피스’가 첫 작품 맞느냐”고 물은 뒤 “맞다”고 하자 “정말 놀랍다(amazing)”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신 감독은 “한국에서 ‘마돈나’는 영화가 쉽지 않아서 그런지 관객이 적었다. 하지만 이런 해외 영화제에 나오면 ‘당신은 그런 영화를 계속 만들면 좋겠다’라는 관객이 적지 않아 고민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돈나의 한국 관객 수와 해외 영화제 관객 수가 거의 비슷해졌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류 감독은 “내 영화가 한국에서 안 좋은 평을 받았을 땐 해외 영화제에서 ‘위로’받고, 반대로 국내에서 성공했을 땐 (해외 영화제에서) 외국 거장들의 영화를 보며 겸손해진다”라며 “자기 정체성과 개성이 뚜렷한 영화가 해외 관객에게도 호평받는다는 걸 깨닫는다”라고 말했다.

차기 작품에 대해선 신 감독은 “숲에 관한 영화를 내년 여름부터 촬영한다. (그 영화를 위해) 센트럴파크의 나무와 숲을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1944∼45년을 배경으로 일본 해저 탄광이 있는 한 섬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하던 조선인들이 그 섬을 탈출하는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아성은 “출연작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느냐”는 물음에 “끌리는 대로 ‘감’으로 한다.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전작과 반대되는 성격의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뉴욕#영화#뉴욕한국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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