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G2시대는 없다… ‘統一 한국’이 우리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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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의 시대: 한반도의 길을 묻다/윤영관 지음/416쪽·2만 원·미지북스
“美·中 중심의 다극체제 될 것… 중첩 혹은 3축 외교전략 짜야”
국제정치와 한국 외교의 방향 제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3일 전승 70주년 열병식에서 군대를 사열하고 있다. 저자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바뀐 국제 정세에 따라 우리나라의 외교 전략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지북스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3일 전승 70주년 열병식에서 군대를 사열하고 있다. 저자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바뀐 국제 정세에 따라 우리나라의 외교 전략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지북스 제공
그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까지만 해도 로마제국이나 19세기 대영제국에 비교되던 미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됐다. 그러면서 20세기 국제정치를 주도하던 미국과 유럽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저자인 윤영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2008년을 기점으로 국제정치의 권력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1991년 옛 소련의 붕괴가 미국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에 올려놓은 대사건이라면,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을 최정상의 지위에서 내려오게 만든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국제 분쟁에 대한 군사 개입을 꺼리고, 그 힘의 공백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세적으로 파고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영향력을 키운 중국은 미국에 공세적인 외교를 펼치기 시작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국가로 주목받는 중국은 과거의 신흥 패권 도전국처럼 국가주도형 경제발전으로 몸집을 키웠다. 다만 겉으로는 꽤 분명한 ‘미국의 하강’과 ‘중국의 상승’이지만 이런 기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는 위험도 안고 있다. 미국은 최근 ‘셰일가스 혁명’으로 에너지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중국은 정치는 공산당이 지배하는 폐쇄 체제인 반면 경제는 시장원리를 도입한 개방 체제라는 괴리를 여전히 안고 있다. 군사력 측면에서도 전 세계 지출 군비의 약 41%를 차지하는 미국이 쇠퇴하고 그 대신 중국이 상승한다는 것을 필연적으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향후 국제질서는 ‘G2(주요 2개국)’ 양극 체제라는 통상적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미국과 중국이 제1의 변수가 되고 일본, 러시아, 인도, 유럽 국가들이 제2의 변수가 되는 ‘미중이 선도하는 다극 체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대북 전략과 통일 전략을 병행해야 할 한국 외교의 방향으로 ‘한미 동맹에 기초한 중첩 외교’와 ‘3축 외교’를 제시하며 외교의 공간을 넓히라고 주문한다. 중첩은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일본의 협력을 확보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다. 3축은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동서에 위치한 미국 중국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횡축 외교 △한반도 북쪽과 남서쪽의 러시아 동남아시아 인도를 대상으로 하는 종축 외교 △공간적 범위를 확대해 환경 개발 인권 등 다자 이슈를 포함하는 글로벌축 외교를 뜻한다.

2003∼2004년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일했던 윤 교수는 흔히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에 묻히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살려내야 제대로 된 한국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국제정치와 한국의 외교 전략에 대해 읽기 쉽고 친절하게 쓰겠다는 각오에서 출발한 책이어서 국제정치의 흐름을 따라가기엔 제격이다. 하지만 장관 재직 시절의 비화와 뒷얘기를 기대하는 독자에겐 아쉬움이 남는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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