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 “암 이기고 그린 돌아오니 마음 단단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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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대회 2연패 노리는 이민영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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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23·사진)은 2일 경기 여주시 솔모로CC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린다. 6개월 전만 해도 그는 이번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는 물론이고 계속 골프채를 잡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민영은 “3월 중국에서 열린 유럽투어대회에 출전했을 때 연습 도중 배가 너무 아팠다. 결국 대회를 포기하고 귀국해 집 근처 병원을 갔더니 신장암이라고 하더라. 오진이기를 바라며 다른 병원에 갔더니 신장암이 맞았다. 종양 크기가 2.7cm였는데 로봇 수술로 제거했다”며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는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원망스럽더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리에 끝났고, 회복도 빨라 예정보다 2개월 빠른 5월 NH투자증권대회를 통해 필드로 돌아왔다. 암 투병으로 그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200야드 안팎으로 투어 최하위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흔들리던 그의 마음은 단단해졌다. “(암에 걸리기 전에는) 성적에 따라 내 기분과 감정이 요동쳤다. 스트레스도 심했다. 잘 칠 수도 있고 못 칠 수 있는 게 골프인데 그걸 몰랐다.”

마음을 비운 뒤 결과는 좋아졌을까. 통산 3승을 거뒀던 이민영은 비록 올해 우승은 없어도 16개 대회에서 9차례 톱10에 들며 상금 랭킹 11위(2억6400만 원)에 올라 있다. 초등학교 때 박세리의 영향으로 골프를 시작한 그는 ‘박세리’란 이름이 걸린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것에 감회가 남다를 만했다. 이민영은 “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내 또래들이 겪지 않은 일을 내가 일찍 겪은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나 자신과 주위를 새롭게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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