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 사태 2년, 작가의 저작권은 아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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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 김향수 사진작가와 갈등 해결 안돼
白작가 “金씨, 창작활동 돕는 보조역 그쳐… 공동저작권 인정할 수 없어” 소송
金작가 “제작과정서 사진의 역할 중요… 4개월 함께 일하며 크게 기여”

주인공 캐릭터 홍시(왼쪽)와 홍비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구름빵’. 홍시와 홍비가 아빠에게 구름빵을 전해주는데 성공한 것처럼 백희나 작가도 저작권을 되찾는 해피엔딩이 일어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주인공 캐릭터 홍시(왼쪽)와 홍비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구름빵’. 홍시와 홍비가 아빠에게 구름빵을 전해주는데 성공한 것처럼 백희나 작가도 저작권을 되찾는 해피엔딩이 일어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아일보DB
《 출판계는 물론이고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논란이 됐던 ‘구름빵’ 사태가 2년이 됐다. 동아일보가 2013년 10월 2일자 A1면에 게재한 ‘창조경제 대표 사례 40만 권 팔린 ‘구름빵’…작가 손엔 1850만 원뿐’이란 제목의 기사가 발단이 됐다.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사진)가 맺은 불공정 계약의 문제점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신인 작가의 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

‘구름빵’은 애니메이션, 뮤지컬, 캐릭터 상품 등 2차 콘텐츠로 가공돼 4400억 원의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저작권이 있었다면 백 작가는 수십억 원의 저작권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현재 ‘구름빵’의 1차 저작권은 출판사 한솔수북이, 2차 저작권은 강원문화진흥원과 애니메이션 제작사 DPS 등이 갖고 있다.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후 백 작가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들과 저작권을 돌려받는 문제를 협의해왔다. 하지만 저작권자들은 백 작가가 책의 공동저자 형태로 돼 있는 사진작가와 저작권 문제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만영 한솔수북 이사는 30일 “출판사는 ‘구름빵’의 모든 권리와 수익을 백 작가에게 넘기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김향수 작가와의 문제가 해결돼야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름빵’ 표지에는 ‘글·그림 백희나/빛그림 김향수’라고 돼 있다. 빛그림은 사진을 말하며, 김 작가가 공동저자로 해석돼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백 작가는 김 작가를 상대로 올 8월 ‘김 작가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저작권과 관련해 ‘구름빵’ 사태의 ‘제2라운드’가 벌어진 셈.

본보가 최근 두 작가를 잇달아 만난 결과 이들의 견해차는 컸다. 백 작가는 “창작이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창작성 있는 표현으로 구체화하는 행위를 말한다”며 “창작 활동을 돕는 행위를 했거나, 출판을 위한 교열이나 감수 역할을 한 자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출판사 한솔의 직원이었던 김 작가는 사진을 찍는 보조적인 일만 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김 작가는 “제작 과정에서 사진 촬영이 중요했고, 4개월 동안 함께 작업하며 내가 기여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구름빵’에 실린 그림들은 종이 인형으로 캐릭터와 세트를 만든 다음 사진으로 찍었다. 당시엔 지금처럼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뒤 컴퓨터로 수정하지 않고 필름 카메라를 썼기 때문에 사진작가의 역할이 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백원근 ‘책과 사회 연구소’ 대표는 “‘구름빵’이 새로운 저작권 환경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는데 이번 사태로 그 빛이 바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 ‘구름빵’ 사태는 대표적 불공정 계약이지만 역설적으로 사회적 쟁점화 이후 출판계 창작 여건 개선의 시발점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전집·단행본 분야 매출액 상위 20개 출판사에 대해 저작권 양도계약서 등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같은 해 10월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 ‘저작권 양도·이용허락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발표했다. ‘제2의 백희나’를 막고 신인 작가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조치였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침체된 출판계 전체를 살리기 위해서도 우수한 창작자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이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창작자들이 제대로 대우받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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