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초연결시대, 세상을 지배하는 ‘매개’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매개하라/임춘성 지음/352쪽·1만6000원·쌤앤파커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개 비즈니스’ 성공 전략 파헤쳐
새 경제구조 관심 독자에 유익

사람과 사람을 매개하는 대표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사옥. 내부는 분리된 사무실을 만들지 않고 직원 2800여 명이 하나로 연결된 초대형 사무 공간에서 함께 일하도록 설계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사람과 사람을 매개하는 대표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사옥. 내부는 분리된 사무실을 만들지 않고 직원 2800여 명이 하나로 연결된 초대형 사무 공간에서 함께 일하도록 설계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배달 음식 주문 애플리케이션 ‘요기요’ ‘배달의 민족’ 등은 음식을 만들지 않고, 심지어 직접 배달도 하지 않고 돈을 번다. 속이 출출한 소비자와 그 주변의 요식업체를 ‘매개’하기 때문이다. 승객과 택시 기사를 연결하는 ‘카카오 택시’, 빈방 소유자와 여행객을 연결하는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매개를 통해 돈을 버는 사업 모델이 쏟아진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도 앱·콘텐츠 생산자와 사용자를 매개하는 ‘수수료 장사’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진화하면서 ‘플랫폼 경제’ ‘네트워크 효과’ 같은 말이 주요 경제학 용어로 등장하고 있다.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서적들도 우후죽순으로 나온다. ‘매개하라’는 비교적 대중적으로 쓰인 책이다.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쪽과 저쪽을 잘 이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저자는 매개자의 모델을 ‘코디네이터’ ‘어댑터’ ‘에이전트’ ‘매치 메이커’ ‘컴바이너’를 비롯한 8가지로 유형화한다.

책 초반은 다소 구문(舊聞)이다. 매개자의 모델 중 ‘필터’ ‘커뮤니케이터’를 설명하면서 네트워크 속 길목이 되는 허브(Hub)의 중요성이나 네이버가 사용자를 내부에 가둔다는 지적, 사용자 간 적당한 개방성과 폐쇄성을 유지하는 페이스북의 성공 비결 등을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매개자 모델 중 ‘모빌라이저’는 ‘판을 벌이는 사람’이다. 음식 주문 앱 직원들은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면서 음식 배달 식당들이 뿌리는 전단을 모으고 다녔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해당 앱으로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다수의 음식점(공급자)이 가입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판을 벌인’ 것. 가입된 음식점이 늘어나면 소비자도 늘어난다. 앱 입장에서는 음식점과 소비자 모두 자신이 매개하는 고객이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장 티롤 프랑스 툴루즈 1대학 교수의 ‘양면시장’ 이론이다.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인 저자는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 경제가 삶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20여 년간 연구했다고 한다. 저자는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과 주역(周易)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다시 여기서 ‘관계’의 중요성을 이끌어내는 등 웬만한 철학 연구자도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서술하는 데 거침이 없다.

새로운 개념들을 지나치게 쉽게 풀어 쓰려 했던 탓인 듯 때로 요지를 벗어나는 비유나 설명하려는 대상과 거리가 먼 예시들이 등장해 책에 집중하기 어렵게 한다. 또 플랫폼에서 왜 중용(中庸)이 중요한지, 플랫폼 기업들이 실제 시장의 룰을 어떻게 만들고 지배하는지 등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 부분이 나오지 않는 것도 아쉽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의 구조에 관심이 있는데도 ‘플랫폼’ ‘네트워크’ ‘양면시장’ 같은 말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읽어볼 만하겠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