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횟수에 따라 가산금리 적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16시 50분


코멘트
정부의 기업지원 체계를 활용해 과도하게 정책자금을 빌린 중소기업은 앞으로 정책자금을 빌리는 횟수가 늘수록 높은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퇴출위기에 몰린 ‘좀비기업’이 정책자금으로 연명해 정상적인 기업의 투자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정책자금 구조조정으로 마련한 자금을 창업 초기기업과 유망한 중소기업 지원에 쓸 예정이다.

정부는 2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4차 재정전략협의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1~6월) 중 가산금리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중소기업 정책금융 효율화방안’을 마련했다.

기재부 분석 결과 2008~2012년 사이에 555개 기업이 긴급경영안정지원자금, 신성장기반지원자금, 사업전환지원자금 등 각종 정책자금을 3회 이상 지원받았다. 이 중 일부 기업은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1, 2년에 한번씩 보증을 받아 은행 자금을 빌려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특히 정책자금을 대출받는 방법을 잘 아는 몇몇 중소기업은 ‘포화상태인 현재의 업종에서 경쟁이 덜한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겠다’는 식으로 지원금 신청이유를 포장해 저리의 사업전환지원자금을 과도하게 빌려 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 당국자는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정책자금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중소기업 창업 이후 일정 기간이 흐르면 자금조달과 판로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 고비를 넘지 못해 도산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이 제대로 크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업력이 3~7년인 기업을 ‘데스밸리(죽음의 계곡) 진입 기업’으로 분류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직접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데스밸리 진입기업에 대한 중진공의 직접 대출비중이 전체 대출금의 22.9% 수준이었지만 앞으로 3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경기 용인시의 중소기업들을 방문한 행사에서 “앞으로 창업 후 5년 이내인 기업이 신보와 기보의 보증을 받을 때 회사 대표가 연대보증을 서도록 하고 있는 의무를 면제해주겠다”고 밝혔다. 창업기업과 업력이 짧은 초기 기업이 연대보증 문제로 자금난을 겪는 점을 감안해 돈줄을 풀어주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임 위원장은 “성실하게 일했지만 사업에 실패한 기업인에 대한 신보, 기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채무감면 비율을 기존 최대 50%에서 75%로 확대하겠다”면서 “기존 채무가 획기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재창업의 걸림돌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대보증 면제 확대와 재기지원 활성화의 세부방안은 10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한계기업으로 가는 자금줄을 끊은 뒤 미래 성장 전망이 밝아 경쟁력이 높은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세종=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