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軍, 이슬람복장 여대생 조준 사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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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소서 ‘무방비’ 팔 학생에 총격
이軍 “칼로 찌르려고 해 발포” 해명
일부 목격자 “총격후 30분간 방치”, 팔 청년 피살 겹쳐… 파문 확산

이스라엘군이 비무장 상태인 10대 팔레스타인 여대생을 총으로 사살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23일 보도했다.

22일 오전 8시경 요르단 강 서안 헤브론 시내 슈하다 거리 인근 검문소에서 이스라엘군이 이슬람 전통복장 니깝으로 얼굴과 몸을 가린 여대생 하딜 살라 하슐라문 양(18)에게 여러 차례 총격을 가했다. 그는 과다 출혈로 숨졌다. 외신은 그가 헤브론 출신인 것 외에 자세한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하슐라문 양이 군인 1명을 칼로 찌르려 했다. 테러범 대응 차원에서 실탄을 발사했고 곧바로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십 명의 목격자는 완전히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해당 군인이 아무 부상을 입지 않았고 총알이 하슐라문 양의 가슴을 정통으로 관통한 점으로 볼 때 군인이 그를 고의로 겨눴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목격자는 “군인들이 출혈이 심한 하슐라문 양을 병원으로 바로 옮기지 않고 약 30분간 도로변에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마침 현장에 있던 한 유럽 출신 인권운동가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하슐라문 양은 단지 자신의 가방을 열어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돌연 군인이 ‘멈춰! 움직이지 말라고!’라고 소리치며 여러 발의 총탄을 발사했다”고 증언해 충격을 안겼다.

실제 공개된 여러 장의 사진에서는 하슐라문 양이 총격을 당하기 직전 총구를 겨눈 군인들 앞에서 흉기를 꺼내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또 총격을 받은 그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의 선제공격 의사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 데다 희생자가 비무장 소녀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의 아버지 살레 알 하슐라문 씨는 “군인들이 무고한 내 딸을 죽였다”고 절규했다.

이날 밤 서안지구 남부 쿠르사에서도 팔레스타인 남성 디야 압둘랄림 탈라마 씨(21)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숨졌다. 이스라엘은 “그가 군인들을 향해 폭발물을 던지려 했다”고 주장했으나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군이 비무장 상태의 그에게 총을 쐈다고 반박했다.

두 사건은 13일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모스크에 이스라엘 경찰이 진입하자 격분한 팔레스타인인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지 9일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특히 22일이 유대교 최대 명절인 ‘욤 키푸르(속죄의 날)’, 23일은 이슬람 주요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메카 성지순례가 끝난 후 시작되는 희생제)여서 양측 극단주의자에 의한 유혈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이스라엘#이슬람#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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