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충청으로 떠나다/기고]축제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 높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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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충청문화관광연구소장

‘축제가 낭비성이라고요?’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충청문화관광연구소장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충청문화관광연구소장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면서 전국이 축제 열기로 가득하다. 가는 곳마다 역사, 문화, 경관, 그리고 지역 특산품 등을 테마로 한 축제가 한창이다.

하지만 이 같은 축제를 지켜보는 시선은 따스하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축제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데다 일회성, 소비성 측면이 강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의 홍보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 때문이다. 일면 타당성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축제가 갖는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외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축제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출발했다. ‘축제(祝祭)’라는 한자 표기에서도 볼 수 있듯 축제는 ‘축하한다(祝)’+‘제사를 지내다(祭)’는 종교적 의미가 결합된 합성어다. 인류가 경작을 시작하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시작된 원초적 행위다.

이러한 행위는 지역문화로 발전됐다. 오늘날 세계는 문화가 돈이 되고, 문화가 일자리가 되는 문화소비의 시대다. 문화산업시대인 셈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세계 각국은 자국만의 문화원천소스를 활용한 축제산업을 성장시켰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영국 에든버러 축제나 스페인 토마토축제도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됐고, 매년 수백억, 수천억 원의 관광수입과 지역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문화산업은 또 ‘원 소스 멀티 유스’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성공한 문화콘텐츠 하나가 매우 다양한 쓰임새가 되고 있다. 성공한 소설 한 편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음반 등으로 파급돼 상상 그 이상의 이익을 창출하듯이 말이다.

경남 진주는 가장 한국적인 빛(남강유등축제)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강원도 산골의 화천군에는 추운 겨울에도 산천어 낚시(산천어축제))를 위해 세계인이 모이고 있다. 전남 함평군은 ‘농사는 땅에서 짓는다’는 편견을 깨고 하늘농사(나비축제)를 짓고 있으며 충남 보령시는 갯벌을 이용해 세계적인 축제(머드축제)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축제가 이처럼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는 것은 일부 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도구화했기 때문이지 축제 자체가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펜을 쥐어줘도 누가 어떤 글을 쓰느냐가 문제이지 펜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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