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무대연출, 소리-연기와 3박자… 국립창극단 신작 ‘적벽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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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신작 ‘적벽가’ 무대 중앙에는 부챗살 모양의 세트가 무대를 꽉 채우는 효과를 낸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신작 ‘적벽가’ 무대 중앙에는 부챗살 모양의 세트가 무대를 꽉 채우는 효과를 낸다. 국립극장 제공
수작(秀作)이다. 국립창극단의 신작 ‘적벽가’는 ‘무대 연출, 소리, 연기’ 3박자를 골고루 갖췄다. 특히 작품을 담는 그릇인 무대가 탁월했다. 창극 한 편을 봤는데, 다양한 각도에서 영상을 담은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기분이랄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의 가로가 21.6m. 세로에 비해 가로 폭이 워낙 넓어 아무리 무대를 채워도 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소영 연출은 무대의 단점을 장점으로 극복했다. 부챗살 모양의 세트를 펼치거나 겹쳐서 활용하는 방식으로 넓은 가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이 세트는 각 영웅들과 민초들의 주요 동선이 됐다가 조자룡과 제갈공명을 쫓는 주유 군대의 배로 사용되는 등 다채로운 쓰임새를 선보였다. 무대 배경은 수묵화가 파노라마 영상으로 펼쳐지며 무대의 깊이를 더했다. 또 창극단 단원들의 동선을 입체적으로 배치해 조조 100만 대군의 장엄함을 잘 살렸다.

송순섭 명창(79)의 도창도 작품의 품격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인 그는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소리꾼의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가 판소리 적벽가 중 ‘조자룡 탄궁’ ‘적벽대전’ ‘새타령’ 대목을 특유의 탁음으로 구성지게 부르자 객석에서도 ‘얼씨구’ ‘좋다’ 등의 추임새가 쏟아졌다. 특히 장면 전환이나 이야기 정리가 필요한 대목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의 소리는 관객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국립창극단의 ‘젊은 피’ 김준수는 절도 있는 연기로 제갈공명의 카리스마를 표현했고, 조조 역의 이광복은 익살스러운 연기로 2막 초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번 적벽가는 원작 중국소설 ‘삼국지연의’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공명 조자룡 같은 영웅보다는 적벽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민초들의 삶을 조명하는 ‘도전’을 택했다. 원작 소설과 판소리 적벽가의 팬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이소영 연출은 “영웅들 뒤에서 처참하게 쓰러져간 민초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연출 의도는 조조 군사들이 신세 한탄을 늘어놓는 장면과 몰살당하는 군사들의 모습을 다룬 적벽대전 장면에서 100% 드러났다.

1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 원. 02-2280-411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적벽가#무대연출#국립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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