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땅’ 스페인에서 영그는 포도… 당신의 혀끝을 사로잡을 바로 그 와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Q매거진]스페인 와인 붐

스페인 페네데스 지방에 위치한 토레스 와이너리의 전경.
스페인 페네데스 지방에 위치한 토레스 와이너리의 전경.


편력기사 돈키호테의 고향, 거리에서 열정적으로 플라멩코 춤을 추는 사람들.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낭만’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와인과 만나면 어떤 맛을 빚어낼까.

스페인은 유럽에서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로 꼽히지만 그동안 이탈리아, 프랑스에 밀린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스페인 와인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비싼 와인 못지않게 좋다’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 100%로 만든 마스 라 플라나. 실크와 같은 부드러운 탄닌과 풍부하고 감각적인 맛이 특징이다. 11만8000원(왼쪽). 강렬하고 농익은 붉은 색을 띄며 스파이시한 향이 가미된 블랙베리 잼의 아로마가 매력적인 와인인 그랑 상그레 데 토로. 2만6000원(오른쪽).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 100%로 만든 마스 라 플라나. 실크와 같은 부드러운 탄닌과 풍부하고 감각적인 맛이 특징이다. 11만8000원(왼쪽). 강렬하고 농익은 붉은 색을 띄며 스파이시한 향이 가미된 블랙베리 잼의 아로마가 매력적인 와인인 그랑 상그레 데 토로. 2만6000원(오른쪽).

질 좋고 저렴한 스페인 와인이 인기

스페인 와인 수입량은 지난해 전년 대비 20%나 증가하며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는 스페인 와인의 특징은 ‘보편성’에 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스위스, 알바니아 다음으로 산이 많은 지형으로 다양한 기후와 토양으로 인해 지역마다 개성이 다른 와인이 생산된다. 스페인의 국민 와이너리로 불리는 토레스는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로 동쪽 카탈루냐 지방의 ‘페네데스’와 중북부의 ‘리오하’, 중서부 두에로 강 주변의 ‘리베라 델 두에로’ 등 3곳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지역의 토양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와인이 와인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스페인 와인의 강점은 가격 경쟁력에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10대 국가별 와인 중 스페인 와인의 t당 수입단가는 1990달러로 가장 낮았다. 가장 비싼 프랑스 와인은 t당 가격이 1만2872달러로 스페인 와인의 6배가 넘었다. 즉 ‘값도 비싸지 않고 맛은 고가 와인 못지않게 좋다’라는 인식이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스페인 와인 붐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토레스 와이너리의 베스트셀러 상품인 그랑 코로나스다. 그랑 코로나스는 한국과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페인 와인 중 하나로 ‘가성비 종결자’로 불린다. 포도 품종 중 하나인 카베르네 소비뇽(85%)과 템프라니요(15%)을 블렌딩해 만든 이 와인은 과일향이 진하며 고소한 향이 특징으로 목넘김이 부드럽다. 그랑 코로나스를 수입하는 신동와인 측은 “비슷한 맛과 품질의 다른 나라 와인과 비교했을 때 가격(3만5000원)이 절반 정도 저렴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레스의 고급 와인인 ‘마스 라 플라나’도 높은 가성비를 자랑한다. 베리류 과일향이 강한 이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100% 사용해 만들었다. 마스 라 플라나는 1979년 프랑스 파리 올림피아드에서 고급 와인인 샤토 라투르를 물리치고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전설적인 와인이지만은 프랑스 보르도산 고급 와인에 비해 8분의 1 가격(11만8000원)으로 저렴하다는 것이 신동와인 측의 설명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스페인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새로운 와인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스페인 와인 수요가 국내에서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품종과 해외 품종의 절묘한 조화를 이끈 토레스 와이너리

스페인 와인 붐을 이끄는 대표 주자는 토레스 와이너리다. 17세기부터 가족들이 대대로 운영해 온 토레스 와이너리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 규모 면에서 현재 스페인 내 1위다. 1500만 m²의 자체 포도밭에서 생산하는 질 좋은 와인은 토레스를 2006년도 와인 전문지인 ‘와인 인수지애스트’가 선정한 ‘유럽 최고의 와이너리’로 만들었다.

토레스는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프랑, 소비뇽 블랑, 멜롯, 리슬링, 피노 누아 등 국제적 포도 품종을 처음으로 스페인에 들여와 재배해 스페인 토양에 맞는 와인을 생산해낸 것으로 유명하다. 토레스를 대표하는 마스 라 플라나는 유럽의 대표적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을 100% 사용해 만든 것이다.

토레스는 이와 함께 스페인 와인만이 가질 수 있는 맛을 잃지 않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신동와인 측은 “스페인 전통 포도 품종인 템프라니요 100%로 만든 상그레 데 토로부터 전통 품종인 템프라니요에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어서 만든 코로나스와 그랑 코로나스 등 토레스의 와인은 스페인의 토착 품종부터 해외 품종까지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싸구려 취급받던 와인, 세계인 사랑받는 브랜드로…

토레스 와이너리의 미겔 토레스 회장
토레스의 베스트셀러 와인인 그랑 코로나스. 과일향이 부드럽게 퍼지며 마지막에 토스트향을 느낄 수 있다. 3만5000원.
토레스의 베스트셀러 와인인 그랑 코로나스. 과일향이 부드럽게 퍼지며 마지막에 토스트향을 느낄 수 있다. 3만5000원.


현재 토레스 와이너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미겔 토레스 회장.
현재 토레스 와이너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미겔 토레스 회장.
어느 나라나 그 국가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있기 마련이다. 한국인에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국민 브랜드라면 스페인의 토레스 와이너리는 스페인인들의 국민 브랜드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토레스 와이너리는 스페인 국왕 일가가 여러 번 방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04년에는 스페인 국왕 알폰소 8세가 방문해 점심 식사와 함께 토레스 와인을 즐겼고 1993년에는 후안 카롤로스 1세 국왕의 둘째 딸인 크리스티나 공주가 와이너리를 찾아 와인을 음미했다.

크리스티나 공주는 웨딩에서도 토레스의 화이트 와인인 ‘밀만다’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도에는 토레스의 125주년 기념식을 맞아 당시 스페인 국왕이었던 후안 카를로스 1세가 방문했다. 이를 기념해 토레스는 레제르바 레알이라는 최고 등급의 와인을 선보였으며 그 수익금을 왕실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스페인 왕실 인사들 외에도 2010년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토레스 와이너리를 방문해 토레스의 알코올 도수 낮은 와인인 나투레오로 건배를 했다.

이렇듯 스페인 와인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토레스 와이너리의 대표는 미겔 토레스 회장(사진)이다. 토레스 회장은 벌크 와인으로 불리며 싸구려 취급받던 스페인 와인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7년 바르셀로나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이 다음 해 프랑스 부르고뉴에 위치한 디종대에서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학을 공부했다. 이후 몽펠리에에서 와인 양조와 포도 재배도 경험해 스페인 와인 산업에 최신 기술과 마케팅 등을 도입했다.

토레스 와이너리는 와인 관련 연구개발(R&D)과 친환경 활동에도 앞장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토레스는 와이너리에 1만2000m² 규모의 태양열 패널을 설치하고 태양열 발전으로 얻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매년 가지치기 할 때 나오는 포도나무 잔가지를 태워서 열에너지로 재활용하고 포도밭 인근에 150ha 상당의 숲을 조성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