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듯한 직업 그런거 말고 당신의 진짜 꿈은 무엇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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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원작 뮤지컬 ‘무한동력’

주호민 작가의 웹툰 원작을 뮤지컬로 무대화한 ‘무한동력’. 마케팅컴퍼니 아침 제공
주호민 작가의 웹툰 원작을 뮤지컬로 무대화한 ‘무한동력’. 마케팅컴퍼니 아침 제공
“네 꿈이 뭐니?”(한원식)

“금융권 대기업 신입사원이오.”(장선재)

“아니, 남들이 정해준 계획 같은 거 말고, 진짜 네 꿈이 뭐냐고….”(한원식)

웹툰 작가 주호민의 대표작 ‘무한동력’이 뮤지컬이란 새 옷을 입었다. ‘무한동력’은 무한동력기관을 만드는 괴짜 발명가 한원식의 하숙집에 모여든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취업에 거듭 실패하거나 20대에 빚더미에 오른 하숙생들의 애환과 20년째 무한동력기관 발명이라는 꿈을 이루려는 한원식의 고집은 많은 누리꾼의 호응을 받았다. 네이버 연재 당시 평점 9.9점, 매 회 댓글 수 1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뮤지컬 ‘무한동력’은 원작의 캐릭터들을 그대로 가져왔다. 장선재는 오직 ‘금융권 대기업 신입사원’이 인생의 꿈이지만 면접은커녕 서류전형 문턱에서 ‘18전 18패’ 기록을 세웠다. 뮤지컬에서 가장 진지한 역할인 장선재는 먼저 취업한 대학 동기와 후배를 보며 스스로를 ‘찌질’하다고 느낀다. 현실 속 20대 취업준비생들은 자신들과 그의 처지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다.

또 수의학과 출신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진기한, 현대무용을 전공했으나 집안이 몰락해 이벤트 업체 무용수로 ‘알바’를 뛰는 김솔(원작에선 네일아트 디자이너) 등 캐릭터의 ‘B급 코드’ 유머도 그대로다. 여기에 가족애와 취업준비생의 애환을 앞세운 ‘감동코드’가 버무려진다.

서정적 가요풍의 뮤지컬 넘버들은 작품 분위기와 잘 녹아들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낸다. 스타급 배우는 아니지만 대학로에서 탄탄한 실력을 쌓아온 출연 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도 인상적이었다.

2권짜리 단행본으로 출시된 원작 웹툰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무대로 풀어내 공연 내내 ‘아, 저 에피소드 봤어’라고 외칠 장면이 여럿이다. 배우로서 첫 연출에 나선 박희순의 도전은 합격점이다.

20년째 무한동력기관 발명에 힘쓰는 한원식의 우직함은 어느새 꿈이 가장 행복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번듯한 직업을 얻는 것으로 변질된 현대인들에게 ‘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품의 상징인 ‘무한동력기관’은 각종 고물로 표현된 원작과 달리 총 13개의 크고 작은 바퀴로 대체됐다. 한원식의 딸인 여고생 수자 역의 함연지와 김솔 역의 김다혜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감초 캐릭터인 진기한 역의 허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내년 1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1관, 3만∼6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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