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건강 100세]추석때 어머니 손맛 바뀌면 치매 의심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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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
사회가 발전할수록 당면하는 두 가지 현상이 있다. 한 가지는 인구의 고령화이고 또 하나는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이다. 세계적인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생활 수준은 높아졌지만, 서로의 독립된 생활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보편화됐다. 노인 부부와 자녀가 따로 사는 것이 일상화됐다.

아이러니하게 이 같은 현상은 모두 ‘치매’와 관련 있다. 고령화는 치매의 주요 원인이고, 노인 부부세대와 홀몸노인의 증가는 치매의 조기 발견을 어렵게 한다. 얼마 전 중년 부부가 어머니를 모시고 진료실을 찾았다. 어머니는 시골에 거주하고 부부는 도시에 살면서 1년에 한두 번씩 명절에 만나는 전형적인 노인 부부세대였다. 이 부부는 어머니의 이상 행동을 이웃들로부터 전해 들은 터였다. 진찰 결과 어머니는 이미 치매 중기였다. 아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연로한 아버지는 ‘나이 들면 다 그래!’라며 무심히 지나친 탓에 병을 키운 상황이었다. 조기에 발견했으면 어머니의 미래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치매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한 사람의 자녀로서 안타까움을 넘어 고통스러웠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치매는 원인에 따라 완치가 가능하기도 하다. 퇴행성 치매도 조기에 발견하면 적절한 약물로 진행을 완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완치를 목표로 하는 많은 신약들도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명절이면 어김없이 많은 도시의 자녀가 고향으로 향한다. 이번 명절에는 치매 없는 건강하고 우아한 노년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부모의 상태를 살펴 전조 증상 여부를 확인한다. 증세는 다양하다. 평소와 달리 기억력이 떨어졌거나,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고, 잘하던 음식 맛이 변했을지도 모른다. 또 집안일이 서툴러졌고 이유 없이 의심이 늘며 이전과 다른 성격을 보인다면 서둘러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치매를 간단히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다. 온 가족이 모여서 게임 삼아 즐기며 검사해 보면 좋다. 이번 명절만큼은 부모의 행복하고 건강한 미래를 위해 ‘사랑목’이 돼 보길 소망해본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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