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8人 ‘한중정상회담-전승절 이후’ 긴급 설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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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訪中이후]
“한미관계 害 없겠지만 도움도 안돼… 10월 정상회담서 한미동맹 다져야”

“한미 관계에 해가 되지 않겠지만 도움도 안 될 것이다(No hurt, but no help).”(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박근혜 대통령의 한중 정상회담과 열병식 참석으로 한중 관계가 긴밀해지는 것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 걱정스러운 시선이 퍼져 가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방중을 마친 뒤 한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 측과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한 게 알려지면서 한미동맹에 대한 근원적인 우려까지 감지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 방중 직후인 4, 5일 e메일과 전화로 워싱턴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전문가 8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해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응답자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동북아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거나 정부 내 기류를 잘 아는 이들이다.

○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설 징후는 없다”

이들은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으로 북핵 해결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근거나 정황은 아직 없다고 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존 햄리 소장은 “중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역할을 얼마나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이 문제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자국 이익과 어떻게 연계시켜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잭 쿠퍼 CSIS 동북아담당 선임연구원도 “중국이 북핵이든 통일 문제든 한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협력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한미 정상회담에선 방중 과정에서 이런 논의가 오간 것까지 감안해 동북아 정세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나이더 연구원은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으로부터 중국 정부가 북핵 문제를 해결에 얼마나 노력할지에 대해 무엇을 얻어 냈는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한 뒤 “오히려 이런 메시지를 국내 정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방중을 계기로 만든 ‘북핵 및 통일 이슈’로 국정 주도권을 더욱 쥐려고 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중국은 이전에도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통일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 제대로 역할을 한 적은 없었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방중만으로 중국의 기류가 바뀔지 의문이라는 것. 칼 베이커 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아예 “중국의 대북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 “한미 정상회담에 미국 우려 해소해야”

전문가들은 한중 밀착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다음 달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 양국은 ‘열병식 참석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국내외의 다양한 관측에 잘 대응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간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공조를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레그 브레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미 정부 당국자들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회의적으로 봤고 실제로 다소 걱정스러운 점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아직은 한국이 동맹인 미국보다 중국에 더 가까워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한미일 관계에서부터 북핵 문제까지 한미 현안이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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