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왜 타자 성장이 더 빠를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4일 05시 45분


지난해에 비해 타고투저 현상은 줄었지만 대기록을 쓰는 스타급 타자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타자는 투수에 비해 훈련량에 제한이 없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배트가 점점 좋아지면서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2년 연속 50홈런에 바짝 다가선 넥센 박병호(오른쪽)와 30-30 클럽에 가입한 NC 에릭 테임즈. 스포츠동아DB
지난해에 비해 타고투저 현상은 줄었지만 대기록을 쓰는 스타급 타자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타자는 투수에 비해 훈련량에 제한이 없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배트가 점점 좋아지면서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2년 연속 50홈런에 바짝 다가선 넥센 박병호(오른쪽)와 30-30 클럽에 가입한 NC 에릭 테임즈. 스포츠동아DB
투수는 어깨·팔꿈치 소모…성장에 한계
타자는 훈련량 무한대…훈련법도 공유

올 시즌 타격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NC 에릭 테임즈와 나성범,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 롯데 짐 아두치까지 벌써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자가 4명이나 나왔다. 테임즈는 2000년 현대 박재홍(은퇴) 이후 15년 만에 30홈런-30도루 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넥센 박병호는 KBO리그 첫 2년 연속 50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반해 투수는 ‘기록 가뭄’이다. 두산 유희관, NC 에릭 해커가 20승에 도전하는 정도다. 비단 올 시즌만의 얘기가 아니다. 현장에선 “괜찮은 타자는 매년 나오는데 특급 투수는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왜일까?

● 타자에 비해 투수의 성장속도↓

올 시즌도 ‘타고투저’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10개 구단의 평균 방어율이 4점대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KIA와 kt는 5점대다. 선발은 유희관, 양현종(KIA), 윤성환(삼성), 장원준(두산), 김광현(SK) 등 토종투수들의 선전으로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구원으로 가면 처참할 정도다. 두산, 넥센, 롯데, kt의 구원 방어율은 5점대 초중반이나 된다. 세이브 숫자도 크게 줄었다. 지난 시즌 9개 구단이 기록한 세이브 수는 261개였다. 올 시즌은 제10구단 kt가 1군에 진입했음에도 230세이브(2일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경기수가 남아있지만, 최근 5년간 기록을 살펴봐도 2013년(302세이브)과 8개 구단으로 리그가 운영됐던 2012년(283세이브), 2011년(261세이브)에 비해 세이브 숫자가 떨어진다. 올 시즌 30세이브 달성이 유력한 투수는 KIA 윤석민, NC 임창민, 삼성 임창용 정도다. LG 양상문 감독은 “타자의 성장속도를 투수가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투수는 ‘한계점’이 있다! 반면 타자는?

전문가들도 2008년 양현종 이후로 KBO리그를 대표할 만한 특급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5년간 신인왕을 살펴봐도 5명 중 2013년 NC 이재학만이 투수였다. 게다가 이재학은 2010년 두산으로 입단했던 중고신인이었다.

양상문 감독은 “투수는 훈련할 때 한계점이 있다. 어깨와 팔꿈치는 소모되기 때문에 하루에 몇 백 개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없다. 시간을 두고 서서히 성장하기 때문에 좋은 투수를 키워내는 게 어렵다”며 “반면 타자들은 훈련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 방망이도 좋아졌고, 최근 구단마다 외국인타자들이 들어오면서 훈련법부터 여러 가지를 배운 덕분에 성장속도가 빨라졌다. 혜성처럼 등장하는 스타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NC 손시헌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팀 전력이 비슷해지면서 순위싸움을 할 수 있으니까 신인투수들에게는 쉽게 기회가 안 가고 있다. 선수단 운영정책에 따라 군대를 미리 가야할 수도 있고, 좁은 스트라이크존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타고투저였는데, 올해 갑자기 투고타저가 될 수 없다고 본다. 환경이 바뀌면 서서히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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