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親中 직선제’ 거부… 간선제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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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회, 행정장관 선거안 부결… 中외교부 “보고싶지 않던 결과”

홍콩 입법회(국회)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의를 거쳐 홍콩 정부가 확정한 ‘2017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을 부결시켰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보고 싶지 않던 결과”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선거안 부결로 2017년 행정장관은 현행대로 선거위원 1200명의 선거위원회를 통해 간선제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입법회는 19일까지 논의를 한 뒤 표결할 예정이었지만, 친중국파 의원 30여 명이 1인당 15분씩 주어진 발언권을 활용하지 않아 표결 일정이 앞당겨졌다. 그런데 이날 표결 직전 친중파 의원들은 참여 의원 수를 늘리기 위해 표결 시간을 늦춰달라고 재스퍼 창(曾鈺成) 입법회 의장에게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기 위해 집단 퇴장했다.

하지만 친중파 의원들 간 의사소통 착오로 일부가 투표에 참여해 표결이 성립돼 선거안은 찬성표를 8표만 얻었다.

입법회 내 범민주파 의원은 전체 재적의원 70명 중 27명이지만 이날 반대표 28표가 나왔다. 친중파 의원인 의료계 대표 량자류(梁家류)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범민주파 의원들은 선거안이 부결된 뒤 ‘정치 개혁을 다시 시작하고, 홍콩을 수호한다. 진정한 보통선거 쟁취 투쟁을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입법회 밖에서 선거안 통과 반대를 외치던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선거안은 후보 추천위원 1200명의 과반 지지를 받은 예비 후보 2, 3명에게만 직접선거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는 친중 성향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반중 성향 인사의 입후보를 차단하려는 방안이라며 부결시키겠다고 경고해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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