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검사로 환자 놓치지 말아야 지역감염 막을 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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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어디까지]사우디 메르스 전문가들의 조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행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한국에서 확산 중인 메르스 간 역학적 임상적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전문가 초청특강―메르스 감염의 역학적 임상적 양상과 관리’에서 알리 알 바라크 사우디 질병관리본부장(사진)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르스 양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특강은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가 사우디 전문가를 초청해 현지의 메르스 확산 양상과 임상적 특이점 등을 배우고 감염 사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 알 바라크 본부장 외에도 사우디에서 자파르 알 타위피끄 존스홉킨스 아람코병원 감염내과 과장, 아나스 아이얀 리야드 시 보건국 신속대응팀장이 연사로 참여했다.

사우디와 한국의 메르스 치사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데에 대해서는 ‘메르스 환자에 대한 통계 차이’라는 것이다. 사우디의 메르스 치사율은 40%대로 알려져 있다. 알 바라크 본부장은 “사우디에서는 메르스로 인해 심각한 폐렴을 앓은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이 많아 치사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증상이 약해 메르스인 줄 모르고 지나간 환자들은 대부분 병원을 찾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알 타위피끄 감염내과 과장은 “2013년엔 병원의 중환자들 위주로 메르스가 많이 번져 치사율이 65%에 이르기도 했다”면서 “지난해 4, 5월엔 매주 100여 명씩 발생하면서 큰 고비가 있었지만 다행히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최근까지 치사율은 28% 정도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알 타위피끄 과장은 “증상이 미미한 환자도 며칠 만에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스와 관련해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병원에서 나와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알 바라크 본부장은 “현재 확인된 한국인 감염자 중 병원 바깥에서 감염된 환자는 거의 없다”며 “한국에서 지역사회 감염에 대해 염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사우디에서도 아이가 감염된 사례가 있지만, 이는 병원에서 감염된 것”이라며 “사우디에서는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휴교를 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메르스에 감염됐는데도 음성 판정이 나와 방역망을 빠져나간 사례가 한국에서 있는 만큼 반복 검사로 감염 환자를 놓치는 일이 더는 없어야 지역사회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사우디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사우디에서는 2012년 9월 세계 최초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고, 15일까지 환자 1054명 중 456명이 사망했다. 이런 대량 발생으로 사우디인은 메르스를 두려워하지 않고 독감이나 감기처럼 느낄까. 이에 대해 알 바라크 본부장은 “한때 우리 국민도 메르스를 두려워했다”면서도 “지금은 정부가 메르스 환자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필요 이상의 공포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는 메르스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We can stop this)’라는 캠페인을 통해 국민에게 자신감도 북돋아 줬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메르스를 이겨낸 사람들이 이웃이나 직장에서 ‘메르스를 퍼뜨린 죄인’처럼 낙인이 찍히는 데 대해 사우디 전문가들은 “이 또한 투명한 정보 공유로 대중이 근거 없는 두려움에 시달리지 않을 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 전문가들은 자국의 메르스 확산 양상, 임상적 특징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알 바라크 본부장은 “사우디에서도 한국처럼 병원 내 감염을 통해 메르스가 확산됐다”며 “환자의 침상 간 거리가 1m가 채 되지 않는 환경, 한국보다 더 많은 가족들이 병문안을 오는 문화 등이 빠른 확산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의 경우 일부다처제와 대가족 문화라 병문안 인구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우디는 병원 내 감염 방지 교육 및 환자 이송 진료 등이 체계화되면서 첫 발병 후 21주째에 들어서 확진자 발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에서 메르스는 2012년 이후 4년째 감염 환자가 나오고 있지만, 요즘에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는 15일 사우디에선 환자 1명이 발생했고 2명이 사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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