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할랄 인증 뚫은 유자차… 무슬림 입맛 잡을거예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지구촌에 부는 K-푸드 열풍]<2>전남 고흥 두원농협 유자 수출현장

머리에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감싸는 데 쓰는 스카프)을 두른 말레이시아 정부 이슬람개발부(JAKIM) 소속 공무원들이 
9일 전남 고흥군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를 찾아 생산라인이 할랄 기준에 맞게 운영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두원농협 제공
머리에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감싸는 데 쓰는 스카프)을 두른 말레이시아 정부 이슬람개발부(JAKIM) 소속 공무원들이 9일 전남 고흥군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를 찾아 생산라인이 할랄 기준에 맞게 운영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두원농협 제공
9일 오전 9시경, 전남 고흥군 두원농업협동조합 유자가공사업소에 낯선 외모의 여성 4명이 들어섰다. 머리에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감싸는 데 쓰는 스카프)을 두른 이들은 말레이시아 정부 이슬람개발부(JAKIM) 소속 공무원과 관계자들이었다.

여성들은 오전 내내 두원농협이 제출한 서류를 문구 하나까지 꼼꼼히 살폈다. 오후에는 사업소의 유자차와 유자청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일행 중 한 사람인 노리자 빈티 이스마엘 씨는 “말레이시아인을 포함한 전 세계 무슬림들이 우리의 인증 마크를 신뢰하고 있는 만큼 유자 가공식품에 부족함이 없는지 확실히 점검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주원료인 유자는 물론이고 설탕 등의 첨가물도 JAKIM의 점검 대상이 됐다. 점검은 이날 오후 늦게야 끝났다. 류강석 두원농협 조합장은 JAKIM 측으로부터 “인증을 받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할랄 인증은 ‘프리미엄’ 식품 보증수표

우리 먹거리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우리 농식품의 수출길도 확대되고 있다. 농축산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61억9000만 달러(약 6조9300억 원)를 기록해 2013년(57억2000만 달러·약 6조4100억 원)보다 8.1% 늘어났다.

정부는 현재 2017년까지 농축산식품 수출액 1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를 위해 최근 주목하는 분야가 바로 할랄식품 시장과 중국 시장이다. 할랄은 ‘허용된 것’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일컫는다. 알코올이나 돼지고기, 피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세계적 정보서비스그룹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세계 할랄식품 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1조880억 달러(약 1218조 원)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식품 시장의 16.6%를 차지하는 규모다. 톰슨로이터는 2018년에는 할랄식품 시장 규모가 1조6000억 달러(약 179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원농협의 유자차, 유자청 등은 2013년 처음 JAKIM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고흥은 국내 유자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산지다. 예전에 유자가 풍작일 때마다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고흥지역 농가들은 1993년 두원농협을 중심으로 유자가공 공장을 세웠다. 생과를 그냥 팔지 않고 가공해 팔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에서다. 2005년 중국 인민대회장에 납품한 이후로는 중국 판매가 급증했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의 난립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로 위기를 극복하기로 한 두원농협은 할랄 인증을 받기로 했다. 할랄식품은 무슬림이 아닌 이들도 믿고 찾을 만큼 인기가 높은 편이다. 원재료의 이력을 일일이 확인하고 생산 과정도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류강석 조합장은 “처음에는 인증 비용만 내버릴 수 있다는 비관적인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할랄 인증을 받으니 결과적으로 제품 인지도가 상승하고 몸에 무해하다는 좋은 이미지를 덤으로 얻었다”고 말했다.

○ 수출 효자 될 제2의 파프리카 찾자

두원농협의 지난해 유자 가공식품 매출은 85억 원. 이 중 약 65%인 55억 원을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였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 원으로 70억 원은 해외에서 거둘 계획이다.

류 조합장은 “처음 2년은 중국 수출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할랄 인증을 무기로 이슬람 국가들을 제대로 공략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산 농축산식품의 최대 수출국가는 일본이었다. 지난해 전체 농축산식품 수출액의 21.3%는 일본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파프리카나 김치, 화훼 등 주력 수출품이 타격을 입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농협 등 유관기관은 두원농협 사례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할랄 시장 개척에 필요한 절차와 대응 방법 등을 알려주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 최근에는 각국의 비관세 장벽을 극복하면서 한라봉, 포도 등 새로운 국가로의 수출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신정건 농협중앙회 수출추진팀 과장은 “앞으로 홍삼, 떡, 음료 등 다양한 우리 먹거리의 할랄 인증을 추진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흥=박창규 기자 kyu@donga.com
#K-푸드#유자차#무슬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