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파텍필립의 자신감… 아, 내 심장이 약동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런던 사치갤러리 파텍필립전

파텍필립은 지난달 27일부터 열흘 동안 영국 런던의 사치갤러리에서 ‘파텍필립 시계 예술 대전’을 열었다. 갤러리의 마지막 다섯 번째 테마 ‘시계 장인의 방’에서 시계 장인이 부품에 대해 관람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파텍필립 제공
파텍필립은 지난달 27일부터 열흘 동안 영국 런던의 사치갤러리에서 ‘파텍필립 시계 예술 대전’을 열었다. 갤러리의 마지막 다섯 번째 테마 ‘시계 장인의 방’에서 시계 장인이 부품에 대해 관람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파텍필립 제공
그림보다 화려했다. 갤러리에는 앤디 워홀의 수프 깡통이나 메릴린 먼로의 사진은 없었다. 그 대신 세월과 기술이 걸려 있었다. 작품들에는 1839년부터 지금까지의 어마어마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스위스 시계 회사 파텍필립의 걸작들이 갤러리를 채웠다.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 첼시 지역의 킹스로드 거리에는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내려앉아 있었다. 짓궂은 영국 날씨도 두 손 두 발 다 든 듯했다. 나이가 많은 건물들에는 패션의 중심지답게 각종 의류 매장들이 가지런하게 들어서 있었다. 매장들을 지나다 보니 사치갤러리 입구가 보였다.

“이렇게 인기 있는 전시는 드물죠. 그것도 남자들이 이렇게 많이 오는 전시는요.”

5월 27일부터 열흘간 사치갤러리에서 열린 ‘파텍필립 시계 예술 대전’에는 무려 4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사치갤러리는 영국 현대미술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한 곳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런던의 사치갤러리에는 이른 시간부터 관람객으로 붐볐다. 세계 최고의 시계로 알려진 파텍필립의 시계를 보기 위해 각국의 사람들이 몰렸다. 런던=김성모 기자 mo@donga.com
지난달 30일 오전 런던의 사치갤러리에는 이른 시간부터 관람객으로 붐볐다. 세계 최고의 시계로 알려진 파텍필립의 시계를 보기 위해 각국의 사람들이 몰렸다. 런던=김성모 기자 mo@donga.com
왕족의 시계이자 최고의 시계, 파텍필립

유명 갤러리에서 현대 미술 작품이 아닌 시계를 전시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다. 그런데 파텍필립은 2012년 두바이, 2013년 독일에서 비슷한 전시를 한 바 있다. 전시회를 할 때마다 그 나라를 기념하는 한정판을 내놓았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런던을 모델로 한 5가지 한정판 시계를 선보였다.

두 개의 층, 다섯 개 테마, 21개의 방에는 파텍필립의 시작과 끝이 모두 있었다. 1층 리셉션 데스크에서 안내장을 받으면 관람은 시작된다. 30여 석으로 구성된 역사 상영 극장이 첫 번째 테마다. 1839년, 파텍필립이 창립한 이후부터의 과정이 영상으로 담겨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그림에는 150년 전 숙련된 장인공들이 수작업으로 파텍필립의 시계를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계는 왕족들의 주머니나 손목으로 향했다. 상영 극장을 지나면 ‘왕실의 방(Royal Room)’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1837∼1901)과 헝가리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1867∼1916), 스웨덴의 왕 오스카르 2세(1872∼1907)의 파텍필립 시계를 만날 수 있다. 알렉세이 마크로브 파텍필립 본사 가이드는 “빅토리아 여왕이 파텍필립의 시계를 즐겨 착용하면서 다른 왕족들도 파텍필립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파텍필립의 모든 것

오래된 왕들의 시계가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것도 신기하지만 더 놀라운 건 당시의 기술이다. 흰색이나 하늘색의 에나멜 작업, 다이아몬드 세팅이 최근에 한 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정교했다. 디자인 역시 세련되면서도 고풍스러웠다.

테마가 끝날 때마다 갤러리 관계자들은 ‘다녀갔다’는 표시로 안내장 옆쪽에 별 표시의 구멍을 뚫어줬다. 2층으로 올라가면 현재 파텍필립이 선보이는 컬렉션을 모두 볼 수 있다. 문페이즈, 노틸러스, 칼라트라바 컬렉션부터 175주년 기념 시계인 ‘그랜드마스터 차임’까지 파텍필립의 걸작들이 전부 전시됐다. 참고로 그랜드마스터 차임은 7년의 개발 기간과 2년의 제작 기간에 걸쳐 7개만 만들어진 작품이다. 29억 원이라는 가격이 놀랍지 않다. 부품만 1700개가 들어갔다. 1700개의 손톱만한 부품들이 얽히고설켜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예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민낯까지 다 보여줘도 된다’는 자신감

시계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파텍필립의 자신감이었다. 심장까지 꺼내 보였다. 4번 테마의 ‘무브먼트 방(12번방)’에는 시계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수십 개의 무브먼트들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이곳은 남자 관람객들이 제일 많이 머물다 간 곳이기도 하다. 이 방에서 그랜드마스터 차임(17번방)이 전시된 곳으로 가는 길 벽면에는 ‘칼리버 300’ 시계 모델의 설계도가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는 자신감과 ‘세계 최고의 시계는 이렇게 만들어진다’라는 친절함이 느껴졌다.

이러한 자신감은 마지막 다섯 번째 테마에서도 느낄 수 있다. ‘시계 장인의 방’에서는 시계 장인들이 시계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이들은 어김없이 500원짜리 동전만 한 ‘루페(눈에 끼는 세공용 돋보기)’를 한쪽 눈에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관광객이 들어올 때마다 말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파텍필립입니다.”

런던=김성모 기자 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